900여명 살린 서울대병원 '달리는 중환자실'

지난달 서울대병원 응급센터로 "앰뷸런스를 출동시켜 달라"는 다급한 요청이 왔다. 갑자기 발생한 가슴 통증으로 A종합병원 응급실에 온 60대 남자의 대동맥 내막이 찢어져 응급 수술을 해야 살릴 수 있는데, A병원은 수술 능력이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렇다고 이 환자를 일반 구급차로 다른 병원에 보내면 상태가 위중해 이송 중에 숨질 수 있어 서울대병원에 SOS를 보낸 것이다.

대동맥 파열로 혈관이 찢어지면 걷잡을 수 없는 출혈로 즉사할 수 있어 이송 중에도 혈압을 최대한 떨어뜨려 파열이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렇다고 혈압을 너무 낮추면 뇌로 가는 혈류가 떨어져 뇌경색이 온다. 이 때문에 동맥에 실시간 혈압 모니터링 장치를 꽂고, 약물을 절묘하게 섞어 쓰는 방식으로 '최저 적정 혈압'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간호사가 탑승한 서울대 중환자실 앰뷸런스팀은 이 모든 것을 이송 도중 원활하게 수행해 환자를 B대학병원으로 안전하게 옮겼다. 수술이 잘돼 환자는 극적으로 살아났다.

◇모바일 중환자실의 위력

119구급대는 집이나 길거리에서 발생한 응급 환자를 병원으로 옮기는 역할을 한다. 병원 간 환자 이송은 사설 '129구급차'가 맡는다. 작은 병원의 중환자가 전문 처치나 중대한 수술을 받고자 대학병원에 갈 때도 사설 구급차를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사설 구급차에는 주로 운전사 한 명이 탑승하기 때문에 이송 중 환자가 방치되면서 위험천만한 상황을 맞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에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1월부터 중환자 병원 간 이송을 위한 앰뷸런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자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극적인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중증 호흡 부전으로 에크모(심폐 산소 공급기)를 달고 있어 일반 구급차로는 이송이 불가능한 환자를 살린 경우 ▲무호흡증에 빠진 생후 30일 신생아를 소아과 의사가 탑승해 신생아 중환자실로 이송한 사례 ▲루게릭병을 앓는 60대 남자를 차내에서 인공호흡기를 달아 살려낸 사례 등이다.

◇안전 이송 체계 만들어야

서울대병원 앰뷸런스팀은 지난 6월 말까지 총 937건을 이송했다. 초창기엔 한 달 30여건에서 요즘은 60여건으로 늘었다고 한다. 호흡 부전 환자 이송이 352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응급 수술, 심폐소생술 생존 환자, 뇌졸중 등이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5명, 응급 처치 간호사 3명, 1급 응급구조사 4명 등이 24시간 출동 체계를 갖추고 있다. 서울시가 운영 비용으로 한 해 9억8000여만원을 지원한다. 앰뷸런스는 일반 구급차보다 1.5배 커서 이송 중에도 의료진이 서서 처치할 수 있다. 산소통 용량과 전기 출력이 4배 커서 인공호흡기, 에크모 등 중환자실 의료기를 사용할 수 있다.

서울시에서는 매년 4600건의 심장마비와 8000건의 중증 외상, 2만5000건의 뇌졸중·심근경색증 환자 등이 발생한다. 이들 환자 상당수가 인근의 작은 병원에 먼저 이송됐다가 대학병원으로 옮겨간다. 대학병원 응급센터 중증 환자 10명 중 3명 정도(28%)가 그런 경우다. 그만큼 병원 간 중환자 이송이 많으며, 서울대병원 한 팀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신상도 교수는 "독일·덴마크 등 선진국은 건강보험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전담팀을 운영해 사망률을 현저히 낮춘다"면서 "119 같은 공중 보건 서비스로 보고 권역별로 운영 지원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