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14 반도체 공장 하나로 새 일자리 4000개… 이천市가 살아났다

"이천에 제대로 된 호텔이 생기는 건 30년 만입니다. 아직 이 주변은 90년대 현대전자 시절에서 크게 바뀐 게 없지만 몇 년 뒤면 20층짜리 호텔, 25층짜리 주상복합이 몇 채 들어설 겁니다."(부동산중개사 이은화씨)

"공사가 한창일 때는 점심 때에만 손님이 140명 정도 들었어요. 좌석이 24개니까 6회전 정도 한 거죠."(식당주인 서경원씨)

지난달 28일 SK하이닉스 본사가 있는 경기 이천 부발읍 아미리. SK하이닉스가 불을 지핀 호황에 지역 경제는 들썩이고 있었다. SK하이닉스는 1983년 착공 때부터 30여년간 이천을 지켜온 터줏대감이지만 2001년부터 채권단 관리에 들어가면서 한동안 지역의 근심거리로 통했다. 투자는 끊어졌고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문을 닫는 상점이 속출했다. 하지만 2012년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15조원이 넘는 공격적인 투자와 때마침 찾아온 반도체 수퍼 호황에 힘입어 도시 전체의 일자리 생태계를 업그레이드하는 효자로 변신한 것이다.

◇변화의 시작… M14 공장 신설

변화의 시작은 M14 반도체 공장 신설이었다. 15조원이 투자되는 M14 공장이 2014년부터 공사에 들어가면서 이천 경제에는 온기가 돌기 시작했고, 일자리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기존 이천공장 생산 능력의 2배에 달하는 대규모 공장 건설에는 하루 5000명이 넘는 인원이 투입됐다. 건설 공사 관련 협력업체만 165개에 달했고, 자재와 장비 수요도 급증했다. 사람들이 몰리면서 평(3.3㎡)당 500만원 수준이던 정문 앞 상가 땅값은 불과 2~3년 사이에 3000만~4000만원으로 뛰었다. 정백우 이천상공회의소 회장은 "시내 음식점에 사람이 붐비고 원룸이 동나는 공장 증설 효과가 피부로 느껴진 건 1990년대 중반 이후 20년 만이었다"고 전했다. 현대전자 시절에는 1994년 M5, 1996년 M6, 1997년 M7을 잇달아 지었지만, 2000년대 들어 공장 증설은 뚝 끊어졌다. 2005년 M10 공장을 완공했지만, 90년대에 지은 M5~M7을 개조한 공장이라 신공장 건설과 같은 효과는 없었다.

M14 공장이 창출한 직접 고용만 해도 4000개에 이른다. SK하이닉스 직원이 2011년 1만2000명에서 현재 1만4400명까지 늘었고, 주변 협력업체들도 비슷한 규모의 일자리가 생겨났다. 김익정 이천시 기업지원과장은 "협력업체 등 직접 영향을 받은 규모만 이 정도"라며 "이천시 경제 전체가 살아나면서 얻은 일자리 확대 효과는 훨씬 크다"고 말했다.

도시 전체의 식당 등 소상공인 점포 수는 공사 초기였던 2014년 말과 비교해 현재 5000개 가까이 늘었고, 이천시에 등록된 제조업체 숫자는 2011년 말 765곳에서 지난 5월 1000곳을 돌파했다. 2015년 8월 1단계 준공에 이어 올 하반기 2층 낸드플래시 라인 가동이 임박하면서 시 인구는 22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09년 과천, 안성에 뒤지며 경기도 5위에 그쳤던 1인당 지역 내 총생산(GRDP)은 이제 평택, 화성에 이어 3위로 올라섰다.

◇새 공장 증설도 기대

SK하이닉스는 지속적인 투자 확대와 함께 올해 대졸 채용 인원을 역대 최다인 1000여명으로 늘릴 방침이다. 올 상반기의 경우 3월 그룹 공채 외에 1월과 6월 SK하이닉스 독자적으로 두 차례 수시 공채를 진행했으며 하반기에도 계속 인력을 채용할 방침이다. 홍승훈 SK하이닉스 채용팀장은 "인력이 대폭 늘어나면서 이천 독신자 숙소 규모도 4000실로 확대했다"며 "3년 이하 경력직 등 대졸 공채 외의 채용도 다양화해 급증하는 인력 수요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호황에 새 공장 건설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이천시는 다시 한번 일자리 생태계의 업그레이드를 기대하고 있다. 이천시와 SK하이닉스는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새 공장 건설을 위한 예비 검토에 들어갔다. 조병돈 이천시장은 "세금 납부액이 급증하면서 이천시의 재정자립도는 40% 중반대까지 높아졌고, 일자리가 확대되며 고용률은 3년 연속 경기도 1위에 올랐다"며 "M14와 비슷한 크기의 공장이 하나만 더 지어지면 이천 경제는 한 단계 더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