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야드 여고생… 비결은 매일 '빈 스윙 300번'

'우승해서 얼마나 좋으냐'고 묻자, "그때 좋긴 좋았는데 또 다음 대회 준비를 해야 하니까요"라며 슬며시 웃었다.

지난 2일 아마추어 선수로는 2012년 김효주에 이어 5년 2개월 만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최혜진(18·학산여고 3학년)은 수줍음을 많이 탔다. 늘 마음 열고 지내는 박소영 골프 국가대표팀 코치가 옆에 있어야 말문이 트였다. 5일 경기도 성남 남서울골프장에서 만난 최혜진을 많은 사람이 알아봤다. 그는 세계 여자 골프를 휩쓰는 한국에서 또다시 배출한 대형 유망주다.

최혜진은 다음 주 US여자오픈에 참가하기 위해 8일 출국할 예정이다. "우선 컷을 통과하는 게 목표인데 지난해보다는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US여자오픈 성적은 34위였다.

최혜진은 골프 코스에서는 두려움이 없는 선수로 변신한다. 늘 100%의 힘으로 드라이버 샷을 날린다. 165cm의 크지 않은 체격인데도 드라이버로 평균 260~270야드를 보낸다. 장타인 데다 정확성까지 높다. 그에게 비결을 묻자 한참을 생각하더니 "빈 스윙을 꼭 해요"라고 답했다. 그는 매일 한 시간씩 300여 차례 빈 스윙을 한단다. 공 없이 드라이버부터 웨지까지 빈 스윙을 하다 보면 흐트러진 스윙 궤도를 바로 잡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클럽에 끼울 수 있는 스윙 웨이트 링으로 무게를 더해 연습을 한다. 스윙 스피드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다.

최혜진의 드라이버샷 스윙 스피드는 시속 161km 안팎으로 국내 여자프로 평균(150km 안팎)을 훌쩍 넘는다. 최혜진은 "지난해까지는 페어웨이가 좁으면 살살 달래 쳤는데, 오히려 거리도 안 나고 방향성도 안 좋았다"고 했다. 올해는 두려워 않고 힘껏 쳤고, 방향성까지 좋아졌다는 설명이다.

김해 출신인 최혜진은 운동 좋아하는 장난꾸러기였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태권도장을 열심히 다녀서 검은 띠를 맸다. 공장을 운영하는 아버지는 베스트 스코어가 69타일 정도로 골프를 좋아했다. 그는 "오빠가 운동에 관심이 없으니까 저를 데리고 골프 연습장에 가셨다"고 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대회에 나갔다. 또래들이 언더파를 칠 때 90대 타수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초등학교 때 아버지와 함께 세운 '나의 목표'를 향해 빠르게 발전했다. 늘 잘 보이는 곳에 붙여 놓았다는 최혜진의 '나의 목표'는 '국가대표, 세계 1위, 올림픽 금메달, LPGA 진출'이다. 그에게 "올림픽 금메달 딸 수 있을 것 같으냐"고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박 코치는 순하게 생긴 데다 틈만 나면 동료들과 장난치는 최혜진의 무서운 구석을 이야기했다. "뭘 해도 시간을 어겨 본 적이 없어요. 하체가 약하다는 지적을 받으면 그날부터 매일 앉았다 일어나기를 해요. 골프가 안 되는 날엔 눈물을 터뜨리면서 상담을 하고요."

골프에 대한 두려움을 모르는 이 겁 없는 여고생이 어떤 질주를 보여줄지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