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묵은 추정 통계로… 정부 "실손보험 적자 아니다"
입력 : 2017.07.09 22:16
[반박 자료 논란]
- 국정위 "2014년 손해율 80% 불과"
과거 통계로 예상한 추정치일뿐 당시 업계 실제 손해율은 101%
- 국정위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건강보험료 대폭 올리거나 재정 투입 없이는 불가능한 일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실손보험료를 인하하겠다는 정부 정책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본지 6일자 A1면)이 나오자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반박 자료를 냈지만 제대로 된 통계가 아니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가입자가 실제로 낸 의료비를 보장해주는 민영 의료보험인 실손보험은 국민 3300만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이라 불린다.
정부 국정기획자문위는 지난 6일 "실손보험 적자액, 손해율(거둔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 산정에 논란이 있다. 손익에 대한 표준화한 산정 방법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손해율이 100%가 넘으면 보험사가 보험을 팔수록 손해를 봤다는 뜻이다. 보험업계가 집계한 지난해 실손보험 손해율은 전년보다 9%포인트 오른 131%였다.
정부 국정기획자문위는 지난 6일 "실손보험 적자액, 손해율(거둔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 산정에 논란이 있다. 손익에 대한 표준화한 산정 방법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손해율이 100%가 넘으면 보험사가 보험을 팔수록 손해를 봤다는 뜻이다. 보험업계가 집계한 지난해 실손보험 손해율은 전년보다 9%포인트 오른 131%였다.
국정기획자문위는 그러나 "보험사가 적자액, 손해율을 언급하지만 그 근거 수치는 공개되거나 검증되지 않았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과 보건사회연구원이 각각 추정한 2014년 실손보험 손해율은 80.1%, 97%로 100%를 밑돌아 보험사가 적자를 본다는 주장엔 논란이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통계 무시하고, 오래된 추정치 활용
보험업계는 국정기획자문위의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정부가 제시한 통계는 건강보험정책연이 2016년 발표했던 것으로 실제 보험사가 걷고 쓴 돈을 근거로 산정한 수치가 아니라 보험개발원이 만든 '참조 위험률'을 부적절하게 인용해 산출한 것이다.
참조 위험률은 보험사의 과거 통계를 기반으로 추후 수년 동안 발생할 위험률(거둔 보험료에 비해 보험료를 가입자에게 줘야 될 확률 등)을 예상한 수치로 매년 갱신된다. 보험사는 이 위험률 통계에 기초해 보험료를 책정한다. 하지만 과거를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한 통계이기 때문에 예상보다 보험료가 덜 걷히거나 가입자들이 보험금을 많이 타가는 등의 변수가 발생하면 실제 통계와 차이가 발생한다.
건강보험정책연이 당시 발표한 '실손보험 손해율 80.1%'는 보험개발원의 '참조 위험률'을 기초 자료로 삼았는데, 2014년 실손보험의 실제 손해율은 101.4%로 이와 큰 차이가 났다. 당시 금융 당국이 민생 안정을 이유로 보험료 인상을 억제해 보험료가 예정만큼 오르지 못했고, 도수 치료 등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받는 비급여 치료가 급격하게 늘어 보험사가 실제로 지급한 보험금은 예상보다 크게 불어났기 때문이다.
◇어떤 방식으로 계산해도 손해율은 100% 넘어
실손보험 손해율 계산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의료비와 직결된 보험료·보험금 통계에 보험사가 판촉·홍보·인건비로 쓴 돈인 사업비라는 변수를 '손해율 공식'의 분자(보험사가 쓴 돈)와 분모(보험사가 걷은 돈)에 더하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분자·분모에 모두 더하면 '합산 손해율', 분자에서만 사업비로 쓴 돈을 빼는 '영업 손해율', 분자·분모에서 사업비에 해당하는 금액은 모두 뺀 '위험 손해율' 등으로 나뉜다. 국정기획자문위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계산할 때 많이 쓰는 영업 손해율을 적용하면 2014년 실손보험 손해율은 80.1%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보험업계가 손해율이 100%가 넘어 손해를 본다고 주장하지만 유리한 기준만 적용한 수치여서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예시로 든 2014년, 보험사들이 실제 통계를 집계해 분석한 손해율은 세 가지 방식 각각 101~122%로 어떤 기준으로 손해율을 계산해도 100%를 넘는다. 2016년은 손해율이 더 높아져 계산 방식과 무관하게 손해율이 110%를 넘어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관련 수치는 실시간으로 집적되고 지난해까지 실제 보험료·보험금을 분석한 통계가 있다. 정부가 왜 3년이나 지난 데다 추정치를 사용한 수치를 근거로 들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손보험 손해율은 금융감독원의 공시 기준에 따라 작성되며 해마다 공시되고 있다.
◇비급여 분리한 '새 실손보험' 4월에 이미 출시
정부가 실손보험료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기본 전제는 건강보험 보장 확대로 보험사들이 반사이익을 보았다는 것이다. 지난 수년간 이어진 건강보험 보장이 확대됐지만 도수 치료, 영양주사 등 과잉 진료를 유발하는 비급여 체계가 정비되지 않아 실손보험 손해율이 자꾸 올라간다는 업계 주장에 대해 국정기획자문위는 "실손보험의 설계·운영이 잘못된 탓"이라고 6일 반박했다.
실손보험이 지나치게 보장을 많이 해주기 때문에 보험금 누수가 심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과잉 진료를 줄이기 위한 금융 당국이 제도 개선에 이미 나섰고, 그 결과 지난 4월부터 도수 치료, 영양주사 등 과잉 진료 항목을 특약으로 분리하고 보험료가 많게는 35% 싼 새로운 실손보험만 현재 판매되고 있다.
실손보험료 인하에 앞서 비급여(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의료비) 체제 개편부터 해야 한다는 보험업계 주장에 대한 국정기획자문위의 반박도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국정기획자문위는 "현 정부는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공약으로 제시하는 등 비급여 양산을 적극적으로 통제하겠다는 것이 주요 정책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는 웬만한 의료비는 국가 건강보험으로 보장하겠다는 것으로 건강보험료 대폭 인상, 재정 투입 등이 예상돼 국민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급여가 전면 급여화될 경우 비급여를 주로 보장하는 실손보험은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정부가 정말 전면 급여화를 추진한다면 실손보험 인하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묵직한 사안인데 이런 내용을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한 줄 넣어두면 그만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통계 무시하고, 오래된 추정치 활용
보험업계는 국정기획자문위의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정부가 제시한 통계는 건강보험정책연이 2016년 발표했던 것으로 실제 보험사가 걷고 쓴 돈을 근거로 산정한 수치가 아니라 보험개발원이 만든 '참조 위험률'을 부적절하게 인용해 산출한 것이다.
참조 위험률은 보험사의 과거 통계를 기반으로 추후 수년 동안 발생할 위험률(거둔 보험료에 비해 보험료를 가입자에게 줘야 될 확률 등)을 예상한 수치로 매년 갱신된다. 보험사는 이 위험률 통계에 기초해 보험료를 책정한다. 하지만 과거를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한 통계이기 때문에 예상보다 보험료가 덜 걷히거나 가입자들이 보험금을 많이 타가는 등의 변수가 발생하면 실제 통계와 차이가 발생한다.
건강보험정책연이 당시 발표한 '실손보험 손해율 80.1%'는 보험개발원의 '참조 위험률'을 기초 자료로 삼았는데, 2014년 실손보험의 실제 손해율은 101.4%로 이와 큰 차이가 났다. 당시 금융 당국이 민생 안정을 이유로 보험료 인상을 억제해 보험료가 예정만큼 오르지 못했고, 도수 치료 등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받는 비급여 치료가 급격하게 늘어 보험사가 실제로 지급한 보험금은 예상보다 크게 불어났기 때문이다.
◇어떤 방식으로 계산해도 손해율은 100% 넘어
실손보험 손해율 계산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의료비와 직결된 보험료·보험금 통계에 보험사가 판촉·홍보·인건비로 쓴 돈인 사업비라는 변수를 '손해율 공식'의 분자(보험사가 쓴 돈)와 분모(보험사가 걷은 돈)에 더하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분자·분모에 모두 더하면 '합산 손해율', 분자에서만 사업비로 쓴 돈을 빼는 '영업 손해율', 분자·분모에서 사업비에 해당하는 금액은 모두 뺀 '위험 손해율' 등으로 나뉜다. 국정기획자문위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계산할 때 많이 쓰는 영업 손해율을 적용하면 2014년 실손보험 손해율은 80.1%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보험업계가 손해율이 100%가 넘어 손해를 본다고 주장하지만 유리한 기준만 적용한 수치여서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예시로 든 2014년, 보험사들이 실제 통계를 집계해 분석한 손해율은 세 가지 방식 각각 101~122%로 어떤 기준으로 손해율을 계산해도 100%를 넘는다. 2016년은 손해율이 더 높아져 계산 방식과 무관하게 손해율이 110%를 넘어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관련 수치는 실시간으로 집적되고 지난해까지 실제 보험료·보험금을 분석한 통계가 있다. 정부가 왜 3년이나 지난 데다 추정치를 사용한 수치를 근거로 들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손보험 손해율은 금융감독원의 공시 기준에 따라 작성되며 해마다 공시되고 있다.
◇비급여 분리한 '새 실손보험' 4월에 이미 출시
정부가 실손보험료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기본 전제는 건강보험 보장 확대로 보험사들이 반사이익을 보았다는 것이다. 지난 수년간 이어진 건강보험 보장이 확대됐지만 도수 치료, 영양주사 등 과잉 진료를 유발하는 비급여 체계가 정비되지 않아 실손보험 손해율이 자꾸 올라간다는 업계 주장에 대해 국정기획자문위는 "실손보험의 설계·운영이 잘못된 탓"이라고 6일 반박했다.
실손보험이 지나치게 보장을 많이 해주기 때문에 보험금 누수가 심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과잉 진료를 줄이기 위한 금융 당국이 제도 개선에 이미 나섰고, 그 결과 지난 4월부터 도수 치료, 영양주사 등 과잉 진료 항목을 특약으로 분리하고 보험료가 많게는 35% 싼 새로운 실손보험만 현재 판매되고 있다.
실손보험료 인하에 앞서 비급여(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의료비) 체제 개편부터 해야 한다는 보험업계 주장에 대한 국정기획자문위의 반박도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국정기획자문위는 "현 정부는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공약으로 제시하는 등 비급여 양산을 적극적으로 통제하겠다는 것이 주요 정책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는 웬만한 의료비는 국가 건강보험으로 보장하겠다는 것으로 건강보험료 대폭 인상, 재정 투입 등이 예상돼 국민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급여가 전면 급여화될 경우 비급여를 주로 보장하는 실손보험은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정부가 정말 전면 급여화를 추진한다면 실손보험 인하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묵직한 사안인데 이런 내용을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한 줄 넣어두면 그만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