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랭킹 77위의 '신들린 7연속 버디'

데뷔 4년째, 79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한 박보미(23)는 "꿈을 꾸는 것 같다"고 했다. 이번에 받은 우승 상금 1억원은 한 번도 10위 안에 들어본 적이 없던 그에게는 '로또 당첨'과 비슷했다. 지난 3년간 벌어들인 상금이 1억1573만원이었다. 매년 상금 랭킹 80위권으로 시드전에 갔던 그는 내년까지 투어 시드권도 확보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하던 우승자가 종종 나오는 골프이지만, 박보미처럼 신데렐라가 된 경우도 드물다.

9일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금호타이어 여자오픈(중국 웨이하이포인트 골프장). 이번 대회에는 KLPGA 투어 상금 순위 상위권 선수들이 많이 빠졌다. 4월 6일 국내 개막전 이후 13주 연속 대회를 치르면서 체력적으로 지친 선수 중 상위 랭커들이 중국에서 열리는 이 대회를 건너뛰고 휴식을 선택한 것이다. 상금 랭킹 1위부터 10위까지는 모두 빠졌다. 그래도 중국의 골프 스타인 세계 랭킹 6위 펑산산을 비롯해 장하나(13위) 등은 출전했고, 강력한 우승 후보로 지목됐다.

박보미는 이 대회 전까지 4년간 78개 대회에서 10위 안에도 한 번 든 적이 없었다. 2015년 5월 교촌 허니 레이디스오픈에서 거둔 공동 14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올 시즌에도 12개 대회에서 5차례 컷 탈락하며 상금 랭킹 77위(2737만원)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7월 7일 개막한 이 대회에서 마치 '럭키 7'의 행운이 그를 따라다니듯 '인생 샷'이 이어졌다. 2라운드에서 박보미는 '7개홀 연속 버디'를 잡았다. 첫 홀이었던 10번홀(파5)에서 시작해 16번홀(파5)까지 내리 버디 행진을 벌였다. KLPGA 투어 기록인 조윤지의 8개홀 연속 버디 기록에 1홀이 부족했지만, 이 대회 최다 연속 버디 기록이었다. 2014년 '이정은 5'가 세운 5연속 버디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박보미는 "이전까지 개인적으로 3개홀 연속 버디가 최고 기록이었다"고 말했다.

펑산산에게 1타 뒤진 공동 2위로 최종 3라운드를 출발한 박보미의 우승은 마지막까지 극적이었다. 박보미는 5번홀까지 버디를 4개 잡으며 선두로 뛰어올랐지만 이후 보기를 3개 하며 2위로 밀려났다. 이날 3타를 줄인 이지후(24)가 먼저 선두(6언더파 210타)로 경기를 마쳤다. 하지만 박보미는 까다로운 18번홀(파4)에서 3m 버디 퍼트를 잡아내며 극적으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갔다.

박보미는 "내 골프 인생 마지막 샷이라고 생각하고 퍼팅을 했다"고 말했다. 박보미는 18번홀에서 열린 연장 첫 번째 승부에서 파를 기록해 보기에 그친 이지후를 제쳤다. 박보미는 상금 랭킹 77위에서 19위로 뛰어올랐다. 올 시즌 1부 투어에 데뷔한 이지후도 첫 우승을 노렸지만, 먼저 경기를 끝내고 나서 남은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느라 '연장 대비 연습'을 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그는 연장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 옆 벙커에 빠트렸다.

이틀 연속 선두를 달렸던 펑산산은 이날 1타를 잃고 공동 4위(4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 선수들은 이번 대회까지 2006년부터 KLPGA와 중국의 CLPGA가 공동으로 주관한 20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