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크기＝권위'… US여자오픈, 500만달러 시대 열다

박세리는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고 상금 26만7500달러를 받았다. '맨발의 투혼' 스토리는 뜨거운 감동을 안겼고, 당시로선 어마어마한 상금 규모도 팬들을 놀라게 했다. 26만7500달러는 당시 환율로 약 3억7000만원이었다. 1998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회의 총상금 규모가 5000만원에서 2억원이었으니, 우승 상금으로 두세 대회를 열 수도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자 골프 최고 권위 대회인 US여자오픈은 팬들을 놀라게 하는 돈잔치를 벌인다. 오는 13일(현지 시각)부터 나흘간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장에서 열리는 2017 US여자오픈은 여자 골프 사상 처음으로 총상금 500만달러(약58억원) 시대를 열었다. 우승 상금도 사상 최고인 90만달러다. 지난해 총상금 450만달러에서 50만달러를 늘렸고, 우승 상금은 81만달러에서 9만달러가 늘었다.

여자 골프를 휩쓰는 한국 선수들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올해 출전 선수 156명 가운데 한국 선수는 28명이다. 2008년과 2013년 두 차례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박인비를 비롯해 세계 랭킹 1위 유소연(2011년 우승), 지은희(2009년), 최나연(2012년), 전인지(2015년) 등이 역대 챔피언 자격으로 나간다. 한국 선수들은 지난 10년간 US여자오픈에서 6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US여자오픈의 상금 규모는 최근 2~3년간 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다른 메이저와 비교하면 US여자오픈은 '수퍼 메이저'라고 부를 만하다"는 말이 나온다. 올 시즌 첫 메이저 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한 유소연의 상금이 40만5000달러로 이번 대회의 절반도 안 된다. 둘째 규모인 위민스 PGA챔피언십(대니엘 강 우승) 우승 상금도 52만5000달러다.

남자 대회인 US오픈과 US여자오픈은 모두 미국골프협회(USGA)가 주관한다. 한국에서야 여자 골프가 높은 인기를 누리지만 US여자오픈을 제외하면 메이저 대회도 대회 명칭이 수시로 바뀔 만큼 스폰서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골프계에선 "USGA가 여자 골프 시장 확대를 위해 규모를 키워가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압도적 메이저 대회를 만들어 기준을 세우려는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있다. USGA의 마이크 데이비스 사무총장은 "US오픈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대회"라며 "상금 규모도 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