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관 무단점거·학장단 감금한 불법농성 학생에… 서울대 총장 사과

"(서울대 시흥캠퍼스 사업과 관련된) 모든 학내 사태에 대해 학내 구성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11일 오전 11시 서울 관악구 서울대 본관 총장실. 성낙인〈사진〉 총장이 '시흥캠퍼스 사태'와 관련해 사과했다. 서울대 본부와 총학생회가 '시흥캠퍼스 관련 문제 해결과 신뢰 회복을 위한 협의회' 구성을 합의하는 자리였다. 사과하는 성 총장 앞에는 225일 동안 본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학생들이 있었다. 형식상 사과 대상은 학내 구성원이었으나 성 총장이 '시흥캠퍼스 사태'를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본관을 무단 점거한 학생들에게 고개를 숙였다는 비판이 학내에서 나온다. 서울대는 농성을 주도한 4명의 학생에 대한 형사 고발도 철회한다는 방침이다. 성 총장 사과 후 총학생회는 본관 점거를 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총장 사과에 부총학생회장은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은 교직원들에게 유감이다"고 밝혔다. 대학 본부 관계자가 "사과로 받아들여도 되느냐"고 물었을 때 부총학생회장은 긍정도 부정도 명확하게 하지 않았다고 한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지난해 10월 10일 시흥캠퍼스 사업 백지화와 총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본관 불법 점거 농성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학장단을 감금하고, 교수들에게 욕설을 하기도 했다. 지난 3월 11일 학교 측의 강제 해산으로 153일에 걸친 본관 점거 농성이 중단됐다. 지난 5월 1일 약 20명의 학생이 본관 2층 유리창을 망치로 깨고 들어가 재점거했다. 11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본관을 225일간 점거한 것이다.

성 총장은 사과와 함께 "앞으로 학생들과 상호 대화를 통해 화합하고 대학의 발전을 위해 노력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상호 대화가 잘 지속되면 (본관 점거를 주도한 일부 학생들에 대한) 형사 고발도 철회할 것"이라고 했다. 학생들은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학생 12명에 대한 징계 철회도 요구했다. 이날 징계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

서울대 본부와 총학생회가 합의한 '시흥캠퍼스 협의회'는 대학 본부 측 2명과 학생 대표 4명, 교수 단체 대표 3~4명 등으로 구성된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학생들이 제기한 주요 문제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던 대학 본부가 당연히 취해야 할 합당한 조치"라고 했다. 또 "협의회에서 시흥캠퍼스와 관련된 대학의 상업화, 영리 시설 유치 계획, 과도한 수익 사업 의존 등의 문제를 적극 제기해 대응할 것이며 시흥캠퍼스 사업의 문제점을 입증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그동안 '본부 측이 시흥캠퍼스로 영리사업을 하려 한다' '투기성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민변(民辯·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교협(民敎協·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등 외부 단체들은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시흥캠퍼스를 '대학 적폐 1호'라고 지칭했다. 하지만 시흥캠퍼스는 이런 성격의 사업이 아니다.

시흥캠퍼스는 시흥시가 서울대에 부지를 공짜로 제공하고, 한라건설이 3000억원어치의 시설을 지어주는 것이 골자다. 여기에 서울대 본부는 세계적인 융·복합 연구소 등을 유치하고 설립할 예정이다. 서울대 본부 관계자는 "이미 포화 상태인 관악캠퍼스 상황을 볼 때 새 캠퍼스를 지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연구비·인건비 등을 합하며 매년 7000억원의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돈을 아낄 수 있는 사업을 학생들이 본관까지 무단 점거하며 반대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성 총장의 사과에 학내 구성원 사이에선 비판적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대 본부의 한 보직 교수는 "학생들로부터 무조건 사과를 받아도 시원찮은데, 총장이 사과를 한다니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앞으로 본관 점거를 하지않겠다고 약속했지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또 본관을 점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서울대생 온라인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는 '대다수의 학우는 현 총학생회의 입장에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 '강경파 점거 학생들은 사실을 왜곡하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 현혹시키지 마라'는 글이 속속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