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내수 후진에 파업 조짐… 현대車, 앞이 캄캄
입력 : 2017.07.12 03:00
[3중고 시달리는 한국 車산업]
중국 사드 보복 영향도 있지만 유럽·日에 품질 경쟁력 뒤처져
양적 성장 집중하다 위기 초래… 노조 파업 예고로 상황 더 악화
국내외 리콜 잇따르며 품질 논란… R&D 소홀… 시장 흐름 못읽어
전기차·자율주행차로 이어지는 미래 車시장서도 내세울 게 없어
지난 10일 경기도 용인에 있는 현대자동차그룹 인재개발원 마북캠퍼스. 이날 이곳에선 '현대자동차 임원 역량 향상 프로그램'이 열렸다. 강연자로 나선 한 증권사 연구원이 하락 곡선을 긋고 있는 국내 자동차 판매량·수출량 등 지표를 보여주며 "변하지 않으면 현대차그룹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하자 자리에 앉은 임원들 표정이 굳어졌다.
현대·기아차는 요즘 분위기가 최악이다. 내수 부진에 중국 '사드 보복' 여파로 상반기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8.2%, 9.4% 떨어졌고, 좀처럼 부진 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위기감은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수출과 내수가 동반 추락하고 강성 노조의 하투(夏鬪)까지 겹치며 '3중고'에 빠졌다. 올 상반기 자동차 수출은 8년 만에 최저이며, 생산량은 7년 만에 최저로 주저앉았다.
◇수출은 8년 만에 최저… 내수·생산량도 감소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집계한 올 상반기 국산차 수출량은 132만4710대로, 지난 2009년 이후 8년 만에 가장 적었다. 특히 현대·기아차의 중국 시장 판매는 40% 넘게 급감했다. 국내 자동차 업체의 내수 판매량은 상반기 78만5297대로 작년 상반기보다 4% 감소했다. 2014년 이후 계속 증가하다가 올해 들어 3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수출과 내수가 부진하자 자연스레 생산량도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누적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216만2548대를 기록, 상반기 기준으로 2010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적다.
현대·기아차는 요즘 분위기가 최악이다. 내수 부진에 중국 '사드 보복' 여파로 상반기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8.2%, 9.4% 떨어졌고, 좀처럼 부진 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위기감은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수출과 내수가 동반 추락하고 강성 노조의 하투(夏鬪)까지 겹치며 '3중고'에 빠졌다. 올 상반기 자동차 수출은 8년 만에 최저이며, 생산량은 7년 만에 최저로 주저앉았다.
◇수출은 8년 만에 최저… 내수·생산량도 감소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집계한 올 상반기 국산차 수출량은 132만4710대로, 지난 2009년 이후 8년 만에 가장 적었다. 특히 현대·기아차의 중국 시장 판매는 40% 넘게 급감했다. 국내 자동차 업체의 내수 판매량은 상반기 78만5297대로 작년 상반기보다 4% 감소했다. 2014년 이후 계속 증가하다가 올해 들어 3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수출과 내수가 부진하자 자연스레 생산량도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누적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216만2548대를 기록, 상반기 기준으로 2010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적다.
노사 관계도 순탄하지 않다. 현대차 노조는 11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쟁의 발생을 결의하고, 13~14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 6~7일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해 68.4%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으며, 기아차 노조는 지난 3일 쟁의 조정 신청을 냈다.
◇"질적 경쟁력 높이는 데 실패한 게 원인"
자동차 산업이 위기를 맞은 것은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한 국내 자동차 산업 경쟁력이 뒤처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양적 성장에 집착한 나머지 질적 경쟁력을 높이는 데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로 대표되는 국내 자동차 산업은 글로벌 금융 위기로 직격탄을 맞은 미국차와 유럽차, 대규모 리콜 사태로 위기를 맞은 도요타 등 일본차 침체기였던 2010~2014년 급성장했다"며 "하지만 양적 성장에 집중하는 사이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구조 조정 후 생산성을 높이면서 밀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을 사드 영향으로 설명해왔지만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단순히 사드 문제라기보다 경쟁력 약화가 원인"이라며 "중국 소비자들의 홀대는 브랜드 이미지에서 일본 차에 밀리고 중국 로컬 자동차의 품질과 안전도가 급격히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대·기아차는 정몽구 회장이 '품질 경영'을 외치고 있지만 올 들어 국내외에서 리콜(제작 결함 시정)이 이어지면서 품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에는 제네시스·에쿠스·쏘나타 등 12개 차종, 23만8321대에 대해 국내 처음으로 강제 리콜이 실시되기도 했다.
연구·개발(R&D)도 적극적이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작년 일본 7개 자동차 제조사의 R&D 투자 비용은 약 29조원에 달했지만, 현대·기아차는 4조원에 불과하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시장을 개척하거나 트렌드를 만드는 연구 개발에 집중 투자하지 않았고,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로 재편되는 시장의 흐름도 제대로 읽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현대차가 10조원을 들여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를 비싸게 매입하는 대신 연구·개발이나 신차 개발에 매달렸으면 지금보다 경쟁력이 올라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전기차·자율주행차 등으로 이어지는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도 한국 자동차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앞으로 자동차 산업은 자동화된 모듈화로 인한 생산성 향상과 IT 업계, 자동차 업계의 수평적 협력관계로 대표된다"며 "한 자동차 업체가 이 모든 걸 혼자 다 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열린 협력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질적 경쟁력 높이는 데 실패한 게 원인"
자동차 산업이 위기를 맞은 것은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한 국내 자동차 산업 경쟁력이 뒤처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양적 성장에 집착한 나머지 질적 경쟁력을 높이는 데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로 대표되는 국내 자동차 산업은 글로벌 금융 위기로 직격탄을 맞은 미국차와 유럽차, 대규모 리콜 사태로 위기를 맞은 도요타 등 일본차 침체기였던 2010~2014년 급성장했다"며 "하지만 양적 성장에 집중하는 사이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구조 조정 후 생산성을 높이면서 밀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을 사드 영향으로 설명해왔지만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단순히 사드 문제라기보다 경쟁력 약화가 원인"이라며 "중국 소비자들의 홀대는 브랜드 이미지에서 일본 차에 밀리고 중국 로컬 자동차의 품질과 안전도가 급격히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대·기아차는 정몽구 회장이 '품질 경영'을 외치고 있지만 올 들어 국내외에서 리콜(제작 결함 시정)이 이어지면서 품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에는 제네시스·에쿠스·쏘나타 등 12개 차종, 23만8321대에 대해 국내 처음으로 강제 리콜이 실시되기도 했다.
연구·개발(R&D)도 적극적이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작년 일본 7개 자동차 제조사의 R&D 투자 비용은 약 29조원에 달했지만, 현대·기아차는 4조원에 불과하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시장을 개척하거나 트렌드를 만드는 연구 개발에 집중 투자하지 않았고,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로 재편되는 시장의 흐름도 제대로 읽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현대차가 10조원을 들여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를 비싸게 매입하는 대신 연구·개발이나 신차 개발에 매달렸으면 지금보다 경쟁력이 올라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전기차·자율주행차 등으로 이어지는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도 한국 자동차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앞으로 자동차 산업은 자동화된 모듈화로 인한 생산성 향상과 IT 업계, 자동차 업계의 수평적 협력관계로 대표된다"며 "한 자동차 업체가 이 모든 걸 혼자 다 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열린 협력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