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병' 날릴 피로회복제, 다시 만들어 볼게요

2주 전부터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에 낯익은 얼굴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김대희·신봉선·안상태·박휘순·박성광·강유미…. 개콘이 배출한 스타들이 돌아와 6년 만에 부활한 '봉숭아학당'에 모여 앉았다.

선생님 역을 맡은 최고참 김대희도 2년 6개월 만에 복귀했다. 11일 여의도 한 카페에서 만난 그에게 "9일 시청률(8.8%)이 한 주 전보다 1%포인트나 올랐더라"고 인사를 건네자 김대희는 "1.1%포인트"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이 줄줄이 폐지되는 상황에서 시청률 0.1%도 소중하다는 의미였다.

1990년대 KBS '한바탕 웃음으로'에 맹구가 나오던 시절부터 출발해 폐지와 부활을 거듭해온 코너 '봉숭아학당'은 김대희의 제안으로 다시 한 번 위기 속 구원투수로 나섰다. "개콘은 매년 2~3명씩 새로운 스타가 나와야 유지될 수 있어요. '봉숭아학당'에선 한 사람이 3~4분간 혼자 주목받으며 개인기를 마음껏 펼치죠. 스타 발굴에 가장 적합한 포맷이에요."

개콘을 통해 높은 인기를 얻고 떠났던 스타들이 한꺼번에 돌아오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제작진 요청을 받고 김대희가 일일이 설득했다. 신봉선은 8년, 강유미는 10년 만의 복귀다.

김대희는 "내 개그 인생 18년이 곧 개콘의 역사"라고 말할 만큼 줄곧 개콘을 지켜온 스타였다. 1999년 3월 데뷔하자마자 7월 개콘 파일럿을 준비했고, 그해 9월 정규 편성 1회부터 참여했다. 2007년 KBS 연예대상 최우수상을 안겨준 코너 '대화가 필요해'도 지난주 9년 만에 되살려 코너별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무뚝뚝한 경상도 아버지를 내세워 "밥 묵자"라는 유행어를 만들었던 코너다. "부부의 연애 시절로 돌아간 프리퀄(前史·전사)이죠. 제목만 따왔을 뿐 완전히 새로운 내용이에요."

날마다 밤늦게 퇴근하는 개콘 특유의 빡빡한 스케줄이 다시 시작됐다. "다 같이 둥글게 앉아 서로 조언하고 도우며 캐릭터를 발전시키는 협업이 개콘의 핵심이에요. 나이 들어 그런지 회의 몇 번 하면 진이 쫙 빠지네요." 케이블채널과 인터넷에 자극적인 개그가 판치는 세상에서 '온 가족이 함께 보는 코미디'를 만들기는 점점 더 어렵다고 했다.

그는 '웃으면 복이 와요' '유머 1번지'를 보며 자신이 꿈을 키웠듯 후배들에게도 코미디의 터전을 잘 닦아 물려주고 싶다고 했다. "개콘이 탄생했을 때 코미디와 콘서트를 결합한 형식이 신선하다고 난리가 났죠. 18년이 지나 공개 코미디 수명이 다했다는 지적이 맞는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 형식 안에서도 아직 못 해본 시도가 많아요." 그는 "'봉숭아학당' 끝나고 밴드의 드럼과 기타 소리가 들리면 시청자들이 '또 월요일이 오는구나' 하던 때가 있었죠. 그걸 되살리는 게 최종 목표예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