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여 간 미국에 사는 아들네 집을 처음 다녀왔다. 각국 음식을 골고루 경험해 보게 해 드린다는 아들 내외의 간곡한 대접에 외국 음식들은 생면부지인 셈이니, 어쩔 수 없이 아들에게 일임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김치찌개니 된장찌개니 하는 단일 명칭이 아니고 여러 종목을 확인하여 함께 먹는 음식이니 더욱 메뉴를 정할 수가 없었다.
상 위에 놓인 각자의 음식이 가지각색이다. 어떤 것이 더 맛있는 음식인지 알 길도 없다. 각기 다른 음식을 놓고 서로 조금씩 먹어 보는 재미와 재료도 모르고 요리법도 모르지만, 맛을 평가해 보는데 ‘가족 여행’의 재미가 있다.
그러고 보니, 쌀밥을 주식으로 먹는 우리와 사뭇 다른 점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바로 주·부식이 따로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밥과 찬과 국이 구분되는 우리 음식문화, 그중에서도 밥과 국을 먹지 않으면 식사를 한 것 같지 않고, 우리나라에서 빵이나 옥수수 등이 간식으로 치부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찌개니 장을 상 가운데에 놓고 같이 먹는 우리 음식문화, 똑같은 음식을 같이 먹는 데서 가족의 일체감이 더 느껴지는 것일까? 그리고 둥글둥글한 숟가락으로 식사하는 우리와 나이프, 포크 같은 전쟁 무기(?) 같은 것으로 고기를 자르고 찍어 먹는 살벌한(?) 음식문화 중 어느 것이 우리 생활을 유도하는데 영향을 더 많이 끼치는 것일까?
장을 같이 먹는 것은 일체감을 느끼는데 좋은 점이 있지만, 입에 넣어졌던 숟가락으로 반찬이나 장국을 먹게 되면 위생상 좋지 못한 점은 예부터 지적당해 온 터라, 이를 개선하려고 장을 한데 푸되, 각기 앞 접시로 덜어먹는 절충식 방법을 쓰기도 한다.
이렇듯 여러 나라 각 인종의 모듬체라 할 수 있는 미국 또는 캐나다에서 각기 다른 문화 양식을 보고 음음식문화를 접해 볼 수 있다는 것도 풍광을 보는 것 못지않게 자못 흥미로운 일이다. 그 나라의 자연환경, 생활 방식에서 빚어진 음식 문화를 접할 수 있어 좋기도 했지만, 그런 중에 우리 나라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 한글 간판이 걸린 식당을 나이아가라 폭포 인근 캐나다 땅에서 볼 수 있고, 그곳에서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이 반갑고 신기하기까지 하였다.
우리의 먹거리들을 미국 가는 곳마다 발견할 수 있는 것이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상점 진열대 제일 앞에 놓인 우리의 라면, 그리고 한국상품이 쌓인 슈퍼마켓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일정 후반에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로 느껴졌다.
외국인들도 우리가 자기 나라 음식을 찾듯 한국 음식을 찾고 한국 음식에 대하여 어떤 평을 내릴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