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골목처럼 아기자기한 축제로 만들래요"

"요즘은 큰 건물보다는 아기자기하고 재미난 요소가 많은 작은 골목들이 사람들에게 더 인기 있어요. 광주비엔날레도 거대한 주제만 다루는 게 아니라 작은 특별전 등을 만들어 모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미술 축제로 만들고 싶습니다."

김선정(52) 아트선재센터 관장이 13일 광주비엔날레재단 신임 대표이사로 선정됐다. 지난 1월 박양우 전 대표가 사퇴한 뒤 5개월여 만에 광주비엔날레를 진두지휘하게 됐다.

이날 광주비엔날레전시관 사무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김선정 신임 대표는 "현대 미술이 어려워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분들을 위해 비엔날레에 창의적·교육적 기능을 보강, 여러 연령대가 와서 즐기고 소통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트리엔날레(APT·Asia Pacific Triennale)를 예로 들기도 했다. "APT에선 어린이 전시관을 따로 마련하고 작가들이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요. 광주비엔날레도 가족 단위 관객들을 불러들이는 축제로 발돋움시키겠습니다."

광주비엔날레는 글로벌 미술 매체 아트넷이 2014년 '세계 5대 비엔날레'에 꼽을 만큼 국제적 명성이 높다. 김 대표는 "1995년 이후 광주비엔날레가 걸어온 길을 제대로 돌아보겠다. 힘이 많이 빠져 있는 비엔날레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겠다"며 개선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우선 예술감독의 위상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비엔날레의 작가 선정, 전시 여부를 예술감독 혼자서 결정하다 보니 여러 한계가 보였다"며 "앞으로는 재단이 주도권을 쥐고 공동 예술감독제를 실시하는 등 기존의 감독 1인 체제에 변화를 주겠다"고 말했다. "광주시민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광주라는 지역의 특성도 잘 살려 가겠다"고 말했다.

김선정 대표는 김우중(81) 전 대우그룹 회장의 장녀로 어머니 정희자 여사가 설립한 아트선재센터 관장직을 지난해부터 맡고 있다. 남편은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 이화여대 서양화과와 미국 크랜브룩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뉴욕휘트니미술관 큐레이터 인턴십을 통해 현장에 첫발을 디뎠다. 뉴욕에서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을 만난 뒤 기획자의 길로 들어섰다. 박이소·이불·최정화·서도호·양혜규 등 스타 작가 발굴로도 유명한 그는 2005년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 2012년 광주비엔날레 공동 예술감독 등을 역임했다. 2014년 영국 미술 전문지 '아트리뷰'가 선정한 '세계 미술계 파워 100인'에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며 국내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큐레이터로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