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대작 틈새 노리는 '3色' 영화

'스파이더맨: 홈커밍'에 이어 '덩케르크' '군함도' '택시운전사' '청년경찰'까지…. 다음 주부터 극장가는 여름 시즌용 대작들이 점령할 전망이다. 자기 취향 분명한 관객이라면 영화 선택에 고심을 거듭할 터. 이 화려하고 '소문난 잔치' 틈새에, 색깔 있는 장르 영화들이 관객을 부르고 있다.

◇웰메이드 로맨스 '내 사랑'

잘 만든 사랑 영화에 목말랐던 관객에겐 '내 사랑'(감독 에이슬링 월시)이 딱이다. 개봉일인 12일 박스오피스 4위로 시작했고, 13일 오전 관객 2만명을 넘어섰다. 200개 관도 안 되는 소규모 개봉 영화로는 깜짝 흥행이다. 몸이 아픈 여성 화가와 마음이 비뚤어진 남자가 만나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 평생 함께한 두 사람의 시간을 담담히 따라가다 보면, '사람은 정말 사랑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존재가 아닐까'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캐나다 동부 대서양 연안 노바스코샤의 거친 풍광, 그 사계절을 부드럽고 고요한 빛으로 담아낸 촬영, 인물의 태도나 걸음걸이가 바뀌는 데서 관계의 변화를 세심하게 담아내는 연출까지, 흠잡을 데 찾기가 쉽지 않다. 남녀 주인공인 '모드' 역 샐리 호킨스(41)와 '에버렛' 역 에단 호크(47)의 연기가 특히 압권. 정규 미술 교육 없이 자유롭고 순박한 화풍의 그림을 그렸던 캐나다 화가 모드 루이스(1903~1970)의 실화에 바탕한 영화다. 115분, 12세 관람가.

◇첩보 소설 읽는 듯… '트레이터'

화려한 CG와 액션 조미료를 잔뜩 뿌린 스파이 영화에 싫증난 관객이라면 20일 개봉하는 '트레이터'(감독 수재나 화이트)가 반갑다. 선명한 이야기의 힘을 믿고 잔꾀 없이 직진하며 차곡차곡 서스펜스를 쌓아 올리는 영화. 다 보고 나면 잘 읽히는 첩보 소설을 한 권 끝낸 기분이다. 런던대 교수 '페리'(이완 맥그리거)와 연인인 변호사 '게일'(나오미 해리스)이 모로코 휴가지에서 우연히 만난 러시아 마피아 '디마'(스텔란 스카르스고르드)의 부탁을 들어주다 전 유럽에 걸친 초대형 음모에 휘말린다. 영국 정보기관 MI6 요원 출신으로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등을 쓴 첩보 소설 작가 존 르 카레(86)의 '우리들의 반역자(Our Kind Of Traitor)'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손이 베일 듯 차가운 스위스 베른과 알프스의 설경에 더위를 잊을지도. 103분, 15세 관람가.

◇청춘·방황·음악… '아메리칸 허니'

젊음, 방황, 음악, 자유…. 가슴 한편에 묻어뒀던 단어들을 다시 떠올려보고 싶다면 13일 개봉한 '아메리칸 허니'(감독 앤드리아 아널드)가 있다. 승합차에 타고 미국 내 여러 도시를 떠돌며 잡지를 팔아 살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 흥겹거나 애달픈 삽입곡들을 배경으로, 돈에 휘둘리되 마음의 자유는 지키려는 젊은이들이 거친 들판에 켜둔 촛불처럼 애처롭다. 앤드리아 아널드 감독은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두 번 받은 경력이 있다. 162분 상영 시간은 좀 긴 느낌. 청소년관람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