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들, 수출 겨냥 증설 바람

LG화학이 17일 충북 청주 오송생명과학단지에 진단 시약 전용 공장 준공식을 갖고 본격 생산에 들어갔다. 지상 1층 연면적 2370㎡ 규모의 오송 공장은 12가지의 진단 시약을 생산한다. 진단 시약은 환자의 혈액이나 머리카락으로 질병을 진단할 때 사용하는 약품이다. 새 진단 시약 공장은 LG화학이 지난 2009년부터 총 3800억원을 들여 오송 부지에 4개 동 규모의 제약단지를 세우는 장기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2011년 합성 의약품 공장, 지난해 백신 공장에 이어 세 번째 공장인 진단 시약 생산 시설을 완성한 것이다. LG화학 손지웅 생명과학사업본부장은 "다국적 제약사들이 장악한 국내 진단 시약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과감한 투자가 필수"라면서 "이번 공장 준공으로 진단 시약 연간 생산량이 2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제약 기업들이 앞다퉈 제조 시설 투자 확충에 나서고 있다. 주로 노후 설비 교체에 그쳤던 국내 제약사들이 최근 들어 공장 생산 규모를 2~3배 늘리거나 첨단 자동화 장비를 대거 도입하고 있다. 신약 개발에서 기술력을 쌓은 제약사들이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위해 과감하게 덩치를 키우는 것이다.

◇상위 제약사들이 공장 증설 주도

생산 설비 투자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상위 제약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보령제약은 지난 3월부터 총 2700억원가량을 들여 충남 예산에 공장을 세우고 있다.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등 주력 상품 수출이 늘면서 기존 안산·진천 공장만으로 감당이 어렵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결정이다. 한미약품은 내년 3월 완공이 목표인 평택 제2공장에 1728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국내 백신 생산 1위 기업인 녹십자는 2009년 신갈에 있던 기존 생산 시설을 오창(혈액 제제)과 화순(백신) 공장으로 나눠 생산 능력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까지 7년간 공장 확충에 총 5000억원을 투자했다. 녹십자 매출 규모를 감안하면 전체 매출의 10%가 넘는 금액을 시설 투자에 쏟아부은 셈이다.

국내 제약사들의 공장 증설 바람은 의약품 위탁 생산 시장의 성장과 관련이 깊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의약품 생산은 전문 생산 업체에 맡기면서 합성 기술이 뛰어난 국내 기업들에 새로운 시장이 생긴 것이다. 화이자·노바티스 등 다국적 제약사에 원료 의약품(완제 의약품의 원재료)을 공급하는 SK바이오텍은 지난 5월 세종 공장 규모를 2배로 키웠다.

세균이나 동물 세포를 배양해 의약품을 생산하는 바이오 기업에서도 생산 설비 투자 추세가 뚜렷하다. 화학 합성 의약품과 달리 바이오 제품은 완제품 대비 들어가는 원재료의 양이 많기 때문에 공장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 보통 세포·배양액 1L를 투입하면 1g의 의약품을 손에 넣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에 올해 말까지 18만L 규모의 제3공장을 짓는다. 단일 공장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공장까지 총 2조원가량을 공장 건설에 투자하고 있다.

◇전문 인력 필요해 해외보다 국내 투자가 효율적

제약 기업들이 국내 생산 시설 투자를 확대하는 이유는 해외 수출 시장 활성화 외에도 의약 분야 전문 인력 수급, IT(정보기술)를 활용한 공장 자동화에 있어 한국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제약 산업은 값싼 대규모 노동력보다는 정밀한 공정 기술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화학과 반도체 분야에서 쌓은 노하우를 활용하는 게 효율적이며, 생산 시설 확대와 함께 전문 인력 수요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제약 기업들은 원료 생산부터 완제품 출하까지 전(全) 공정을 자동화하면서도 품질 검사는 반드시 전문 인력에게 맡기고 있다.

이재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는 "국내 제약 기업들이 과감한 설비 투자를 통해 국제 경쟁력을 갖춘 생산 환경을 갖춰나가고 있다"면서 "기업의 투자 확대와 함께 전문 인력 고용도 당분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