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물방울도 피부로 느낀다… 멀티플렉스는 변신 중

"자칫 가벼운 멀미가 날 수도 있으니 조심하세요."

지난 18일 재개관한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 3관. 물방울과 공기 분사, 바람과 향기 같은 특수 효과를 통해 입체적으로 영화를 즐기는 4DX 영화 상영을 앞두고 극장 관계자들이 이렇게 말했다. 전후좌우는 물론, 상하로도 움직이는 좌석에 앉아 있으려니 그 경고가 빈말이 아니었다.

이날 5분간 시험 상영한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에서 주인공과 악당이 갈라진 바닷속에서 결투를 하는 대목에서는 극장 천장에 설치된 분사기에서 연신 물방울이 튀어나왔다. 창으로 찌르는 장면에선 의자에 설치된 뭉툭한 장비가 가볍게 등을 툭 치고 지나가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 전면(前面)의 스크린뿐 아니라 좌우의 벽까지 극장 3면을 모두 활용하는 입체적 화면 때문에 차라리 '체험'이라는 말이 어울렸다. CGV 관계자는 "극장 평균 좌석 점유율이 60~65% 안팎인데 이 상영관은 90%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1998년 CGV강변이 처음 개관한 이후 멀티플렉스(대형 복합 상영관)도 20년째를 맞았다. 그동안 한 해 영화 총관객은 4배(5018만명→2억1702만명), 스크린 숫자는 5.2배(497개→2575개)로 각각 늘었다. 한국 영화 산업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받지만, 독과점과 수직 계열화의 주범(主犯)이라는 비판도 듣는다. 최근 멀티플렉스들은 시설·규모 경쟁을 통해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CGV용산아이파크몰에는 세계 최대 크기(가로 31m·세로 22.4m)의 아이맥스(IMAX) 상영관도 들어섰다. 서정 CJ CGV 대표는 "앞으로 영화관은 집에서는 할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하는 복합 문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13관에서는 세계 최초로 '영사기 없는 상영관' 시연회가 열렸다. 가로 10.3m, 세로 5.4m 크기의 LED(발광다이오드) 스크린에서 약 885만개의 화소(픽셀)가 빛을 내는 일종의 '대형 전광판'을 설치한 것이다. 프로젝터에서 영상을 쏘는 기존 상영 방식과 결별하고 TV처럼 화면에서 영상이 나오는 시스템이다.

2013년 한 해 총관객이 2억명을 돌파한 이후 사실상 정체 상태에 머물고 있는 한국 극장 산업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안간힘으로 풀이된다. 최근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제작한 미국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의 등장이 국내 멀티플렉스의 위기감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우석 감독은 "1940년대 TV의 등장 이후 영화 관객이 급감했지만 극장 대형화와 고급화를 통해서 '평화 공존'에 성공한 것처럼 지금도 극장의 기술적 진화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