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정상에 오른 자, 전설이 된다

세계 최고의 전통과 권위를 갖고 있어 디 오픈(The Open)으로 불리는 브리티시오픈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등에 있는 링크스 코스를 돌아가면서 개최한다. 오는 20일 개막하는 제146회 디 오픈 개최지는 '가장 공평한(fairest) 코스'로 불리는 잉글랜드 북서쪽 사우스포트의 로열 버크데일 골프장(파70)이다.

디 오픈을 개최하는 골프장들은 100년도 전 바닷가 황무지에 조성된 탓에 평평한 페어웨이를 찾기 어렵다. 정확한 티샷이 울퉁불퉁한 페어웨이에 떨어져서 선수를 곤경에 빠뜨린다. 운에 따라 희비가 교차할 수 있다.

1889년 처음 조성됐을 당시 로열 버크데일도 다른 링크스와 비슷했다. 하지만 50여 년 전 로열 버크데일은 과감한 변신을 시도했다. 모래 둔덕 사이 평탄한 지형에 홀을 배치한 것이다. 이 때문에 로열 버크데일에선 울퉁불퉁한 페어웨이가 드물다. 필 미켈슨(미국)은 이 코스에 대해 "치고자 하는 곳을 향해 공을 100% 정확히 쳤다면 바로 그곳에서 공을 찾을 수 있다. 잘 친 샷은 분명히 보상을 받는다"고 평했다.

평평한 페어웨이뿐이라면 최고의 대회 디 오픈을 개최할 자격이 없었을 것이다. 로열 버크데일은 페어웨이 평균 폭을 28야드(약 25.6m)로 좁히고, 매 홀의 위치를 지그재그로 배치해 선수들은 홀마다 풍향까지 고민해야 한다. 페어웨이를 놓치면 120개가 넘는 벙커가 기다린다. 2013년 US오픈 챔피언인 저스틴 로즈(잉글랜드)는 "로열 버크데일에서 경기하면 샷 경연장에 온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지금까지 이곳에서 9차례 디 오픈이 열렸고 챔피언이 8명 탄생했다. 이 중 피터 톰슨(호주·88), 고(故) 아널드 파머(미국), 톰 왓슨(78·미국) 등 6명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로열 버크데일에서 정상에 오른 자, 곧 전설이 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로열 버크데일에서 열리는 10번째 디 오픈에는 빅4로 불리는 더스틴 존슨(미국),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조던 스피스(미국), 제이슨 데이(호주) 등 톱랭커들이 총출동한다. 올해 PGA 투어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우승으로 한국 남자 골프의 간판이 된 김시우(22)는 지난해 챔피언 헨리크 스텐손(스웨덴), 스피스와 함께 1·2라운드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