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어가던 K팝 열풍, 엑소가 다시 불붙일까

지난 18~19일 이틀간 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2.6% 올랐다. 회사 대표 선수인 남성 9인조 아이돌그룹 엑소(EXO)가 4집 앨범을 발표한 덕분이다. 이번 앨범은 선(先)주문만 80만장이 들어왔다. 역대 엑소 앨범 중 최고 기록이다. 엑소 1~3집 앨범은 모두 100만장 넘게 팔렸다. 앨범이 발매된 19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 앞 지하도에는 300여명의 팬이 매장 앞에 줄을 섰다. 중국 상하이에서 앨범을 사려고 왔다는 20대 중국인 여성은 "친구들 것까지 부탁받아 10장을 사야 한다"고 했다. 타이틀곡 '코코밥'은 멜론 등 국내 6개 디지털 음원 사이트에서 발매 즉시 1위를 했고, 19일 오후 2시 현재 아이튠즈에서도 캐나다·호주·러시아·그리스 등 41개국 앨범 판매 차트 1위를 차지했다.

◇과도기의 SM

엑소는 작년 3집을 발매하고 지난 6월까지 미국·멕시코·싱가포르 등 월드 투어를 한 지 한 달 만에 새 앨범을 냈다. 투어 후 보통 3~4개월 휴식기를 갖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빠른 행보다. 이를 두고 가요계에서는 "지금 SM을 지탱하는 게 엑소이기 때문"이란 얘기가 나온다.

현재 SM은 대내외로 과도기를 맞고 있다. 과거 SM의 전성기를 열었던 남자 아이돌그룹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는 멤버 대부분이 군 입대 등의 사정으로 활동이 중단된 상태다. 걸그룹 소녀시대는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았지만 그룹보다 멤버 개개인의 활동에 더 치중하고 있다. 또 다른 걸그룹 에프엑스도 1년 넘게 활동이 없다. 2014년까지 1조원이 넘었던 SM 시가총액은 지금 거의 반 토막(약 5820억원)이 났다. 사실상 엑소의 성공에 SM의 사운이 걸려 있다는 뜻이다.

엑소의 어깨엔 K팝 열풍을 이어가야 할 짐도 얹혀 있다. 2011년 프랑스 파리 'SM타운' 콘서트와 2012년 '강남스타일'로 불붙은 열풍이 한풀 꺾인 데다 사드 배치로 인한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K팝 부활의 발판이 엑소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K팝 외연 넓히기

'코코밥'은 레게 음악과 전자댄스음악(Electronic dance music·EDM)을 접목한 노래다. '전야' '왓유두' '포에버' 등 다른 수록곡에서도 EDM 의 문법을 적극 차용했다. EDM은 현재 전 세계 음악계의 주류로 떠오르고 있는 장르다. 국내에서도 EDM 축제가 올여름 10여개가 열린다. 과거 록이나 흑인 음악에 기반을 둔 노래를 선보였던 SM도 점점 EDM 장르를 껴안고 있다. 작년 국내에서 대규모 EDM 축제를 연 것에 이어 'SM타운' 콘서트에도 EDM 섹션을 마련했다. 엑소가 타이틀곡에서 EDM을 시도한 것 역시 이런 행보의 일환이다. 아이돌 전문 매체 '아이돌로지' 편집장 미묘(본명 문용민)는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EDM 중에서도 여름 분위기를 잘 내는 '트로피컬 하우스'가 유행인데 앨범을 들어보면 그 흐름을 잘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음반 완성도가 높은 데다 디지털 음원 성적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면서 가요계에서는 '기로에 있는 K팝 열풍을 엑소가 되살려 줄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