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버렸는데… 알고 보니 보물?

'스티로폼(분해불가)' '양파망(600년)' '유리병(100만년)'…. 21세기 십장생(十長生)이 해, 소나무, 거북, 두루미 등 전통 십장생과 나란히 섰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이 10월 31일까지 여는 '쓰레기×사용설명서' 특별전이다.

투명한 쓰레기통에 담긴 청량음료 캔과 라면 봉투 따위가 보인다. 실험에 참여한 1인 가구, 4인 가족이 일주일 동안 내놓은 쓰레기다. 이들이 무심코 쓰레기를 버리는 모습이 관찰 카메라에 담겨 영상으로 나온다.

한 해 4000만 개가 넘는 우산이 버려지고, 일회용 비닐봉지보다 친환경적이라는 이유로 '에코백'이란 이름을 얻은 손가방은 패션 아이템이 되면서 비닐봉지보다도 처치하기 곤란한 잡동사니가 됐다. 전시는 관객 참여를 유도하며 메시지를 던진다. 남는 에코백을 기증하고, 맘에 드는 에코백을 가져가는 이벤트, 매주 토요일에는 전문가가 고장 난 우산을 무료로 수리해준다.

전시 전반부에는 쓰레기 배출 실태를 꼬집고, 후반부에는 물건 오래 쓰는 사람들, 재활용(리사이클)과 새활용(업사이클) 등을 통해 쓰레기를 줄이려는 사람들 증언과 이들의 물건에 집중하며 부분적으로나마 대안을 제시하려 했다.

쓰레기로 버려질 뻔했다가 지정문화재가 된 다산 정약용의 '하피첩', '영조대왕 태실 석난간 조배의궤 등도 전시했다. '오늘 버리는 쓰레기가 어떤 가치를 갖고 있는지 알고 있느냐?'고 묻는 듯하다. 천진기 관장은 "이 전시가 현대사회가 눈감고 있는 쓰레기 문제를 되돌아보게 해줬으면 좋겠다"며 "전통과 현대가 호흡하는 전시를 2~3년에 한 번씩 열고 싶다"고 말했다. 문의 (02)3704-3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