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카 올리기 민망해… 소셜미디어 안해요"

배우 유승호(24)에게는 늘 '아역'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일곱 살 때 드라마 '가시고기'로 데뷔했고, 2002년 영화 '집으로'에서 외할머니에게 투정 부리던 꼬마 역할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성인이 된 뒤에도 그는 여전히 '아역 출신'으로 불렸다.

MBC 수목 드라마 '군주-가면의 주인'은 유승호가 그 꼬리표를 떼고 '연기자'로 도약한 발판 같은 작품이다. 조선 시대 세자가 전국의 물을 독점한 사조직 '편수회'의 횡포에서 백성을 구하고 마침내 국왕의 자리에 오른다는 내용이다. 유승호는 편수회의 마수를 막기 위해 아기 때부터 가면으로 얼굴을 숨긴 세자 역할을 맡았다. 자신의 운명에 좌절하던 소년에서 용기 있는 군주로 거듭나는 유승호의 호연(好演)에 힘입어 드라마는 지난 13일 동시간대 시청률 1위(14.4%·닐슨코리아)로 막을 내렸다. 19일 종영 인터뷰에서 유승호는 "그동안 성인 연기자로서는 불안하다는 느낌을 스스로 많이 받았는데, 이번 작품에서 세자라는 인물에 빠져들면서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카리스마와 풋풋함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왕세자는 젊은 남자 배우에게 등용문 같은 배역이다. 송중기(뿌리 깊은 나무), 박보검(구르미 그린 달빛) 등이 세자 역을 맡으며 톱스타로 성장했다. 유승호는 "세자 연기를 통해 그저 멋진 모습보다는 우리에게 필요한 지도자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이 드라마는 탄핵 정국 기간에 제작돼 지난 5월 10일부터 방영됐다. "힘들 때는 누군가 얘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받잖아요. 작품에서 '백성을 위한'이라는 대사를 많이 했어요. 국민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유승호는 명랑 쾌활하기보다는 어딘가 그늘진 역할을 자주 맡았다. SBS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2015)에서는 살인 누명을 쓰고 죽은 아버지의 복수에 나서는 아들을 연기했다. '군주'에서도 아버지인 선왕이 궁궐에 난입한 편수회 손에 살해당한다. 유승호는 "잘못하다간 연기가 다 똑같아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론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처럼 보다 가벼운 작품들도 적극적으로 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원래 꿈은 군인이었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스무 살에 육군에 입대했다. 연예병사 대신 야전(野戰)을 희망한 그는 수색대대를 거쳐 신병교육대 조교로 근무했다. "군생활 하는 동안 연기가 더 절실해졌어요. 고참들과 TV를 보면서 내 자리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전역한 뒤에는 내 캐릭터가 조금 덜 살더라도 작품이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워낙 어려서부터 주목받아서일까. 또래 연예인들과 조금 다른 구석이 있다. 유승호는 소셜미디어 활동을 하지 않는다. "열심히 '셀카' 찍어 올리는 건 너무 오글거리고, 보여줄 것도 별로 없어서"란다. 예능 프로에도 거의 출연하지 않는다. 작품이 없을 땐 집에 일주일씩 틀어박혀 TV를 보거나 근처에서 비름나물 농사를 짓는 친구를 도와주러 간다. 다른 연예인들과는 거의 어울리지 않는다. "연예인을 만나면 떨려서 얘기를 잘 못해요(웃음)."

유승호는 "확 뜨는 걸 원하지 않는다"며 "그저 오랫동안 연기하고 싶다"고 했다. "작품이 잘돼서 인기를 누리는 건 좋지만, 그걸 목적으로 연기를 하는 건 아닙니다. 돈이나 인기는 1순위가 아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