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알리… '승리한 약자'의 성공 비결

약자들의 전쟁법

박정훈 지음｜어크로스｜332쪽｜1만5000원

스티브 잡스가 한국서 태어났다면 '흙수저' 소릴 들었을 것이다. 그는 미혼모에게 태어나 출생 직후 버려졌다.

중고차를 수리해 파는 중산층 노동자 집안에 입양된 잡스는 고등학교 땐 환각제에 빠져들기도 한 문제아였다. 대학도 1년 만에 중퇴했다. 하지만 그는 끝내 현대 기업사(史)에 누구보다 깊은 족적을 남긴 거인으로 죽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조선일보 경제부장·사회부장·디지털뉴스본부장을 거쳐 현재 논설위원으로 있는 저자는 잡스의 그런 배경이 성공의 원동력이 됐다고 본다.

비주류로 살았기에 기업 고객에 집중하던 공룡 IBM에 맞서 개인용 PC 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고, 반항아였기에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는 말을 실천에 옮길 줄 알았다. 잡스는 물러설 곳이 없는 약자의 처지를 절박함으로 승화시켜 성공을 거머쥐었다.

'헬조선'에서 사는 '흙수저'들의 절망감이 가득한 시대다. 한쪽에선 절망을 이기는 개인의 노력을 주문한다. 다른 쪽에선 그 '노오력'을 비웃으며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소리친다.

저자는 제3의 길을 찾는다. 세상이 바뀌길 기다리기 전에 약자가 현실에서 이길 길을 찾자고 한다. 잡스처럼 말이다. 역사와 우리 주변엔 '승리한 약자'가 가득하다.

30년간 기자로 일한 저자는 고담준론(高談峻論)이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건져 올린 증거를 들이민다. 판자촌에서 자라 고졸 출신으로 치열한 관가에서 입신한 김동연 경제부총리부터, 다른 팀이 쓰지 않는 방법을 연마해 올림픽에서 파란을 일으킨 일본 육상 계주팀까지 각양각색 구슬을 꿰는 것은 전설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다.

저자는 1974년 퇴물이나 다름없던 32세 알리가 '링 위의 도살자'로 불리던 24세 조지 포먼을 쓰러뜨렸던 '킨샤사의 혈투'를 라운드별로 복기(復棋)한다. 8라운드에서 8가지 원칙을 뽑아낸다. 이 원칙들은, 그야말로 '약자들의 손자병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