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싹한 '등골 게이지'

세상은 공평하지 않습니다. 28세에 옥스퍼드 대학, 그것도 조교수도 아니고 처음부터 부교수로 임용된 철학자 윌리엄 맥어스킬 교수를 인터뷰하면서 든 생각입니다. 드물지만 분명히 있죠. 천재 말입니다. 효율적 이타주의와 과학적 기부가 인터뷰 주제였지만, 책과 공부에 관한 한담(閑談)도 나눴습니다. 당신 부모는 어떻게 당신을 가르쳤을까.

좌절과 희망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씩 하더군요. 우선 좌절. 부모가 아이를 아무리 닦달하더라도, 아이의 성적은 이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거죠. 단기적으로는 반짝할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게 모든 과학적 실험의 결과랍니다. 그렇다면 뭐가 중요한가. 공부에 관한 부모의 실천입니다. 아이들에게 공부해라 책 봐라 명령하지 말고, 부모가 먼저 집에서 책을 읽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라는 것. 맥어스킬 교수의 아버지는 수학자, 어머니는 유전학자였답니다. 어떤가요. 희망과 용기보다는 다시 좌절인가요.

금요일로 바뀐 Books 첫 호의 주인공이었던 소설가 줌파 라히리 프린스턴 대학 교수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고교생 아들과 중학생 딸이 하나씩 있는데, 아들이 열한 살 될 때까지 매일 밤 하루도 쉬지 않고 남편과 번갈아가며 책을 읽어줬다죠. 그리고 기자인 남편과 함께 늘 집에서 책을 읽었답니다. 부모가 하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건 옳지 않다는 게 그의 주장이죠. 줌파는 예술을 이해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 독서라고 했습니다.

'등골 게이지'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이번 주 특집으로 당신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 추리·스파이 소설 3권을 제안합니다. 추리소설 쓰는 변호사 도진기는 퇴근길 벤치에서 입 벌리고 읽었다는 '망량의 상자', '음란서생' '방자전'의 영화감독 김대우는 단연코 숨은 보석이라며 '심야 플러스 1'을, 소설가 장강명은 수능시험 문제 풀 때보다 더 집중해서 읽었다는 '블랙 달리아'를 추천합니다. 덥고 습한 여름, 등골 서늘한 독서 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