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7.24 16:07

1,235m의 산 중턱에 자리한 길을 걸어가면서 내려다보는 산 아래쪽 바위들이 아찔한 현기증을 일으키는데 걸어가는 길은 도심의 어느 외곽지역을 걸어가는 듯 평온하고 조용하였다. 길의 끝에 자리한 수도원의 모습은 천 미터나 넘는 산에 자리한 수도원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할 만큼의 경건한 모습으로 몬세라트 산을 지키고 있었다.

몬세라트는 바르셀로나 북서쪽 약 60Km 지점에 기이한 모양을 한 바위산이다. 몬세라트는 신들의 거처라는 생각이 들 만큼 특이한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톱으로 자른 산'이라는 몬세라트의 의미처럼 설명 없이도 알아볼 수 있는 산의 모습이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모델이 되기도 하였다는 산은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면서 아찔한 급경사에 비명을 지르게 한다. 1m도 안 되는 거리감을 지니고 펼쳐지는 바위산의 급경사로 충돌을 걱정하는 사이 케이블카는 우리의 걱정을 무시한 채 안착을 하였다.

수도원으로 향하는 길은 옆으로 눈길을 돌리면 아득한 절벽인데 수도원으로 향하는 길은 도심에서 벗어난 어느 외곽의 평지를 걷고 있는 마음이 든다. 멀리 떨어져 있는 지상이 까마득하게 내려다보이는 중간지점에 자리한 수도원은 9세기부터 베네딕트회 수도원이 세워져 성모마리아 신앙의 성지로 카탈루나 사람들의 종교적 터전이 되어주던 곳이다. 1811년 나폴레옹 전쟁으로 상당 부분 파괴된 후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되어 현재 베네딕토 수도회의 수도사들이 약 8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곳 바실리카 대성당에는 ‘검은 성모상’이 모셔져 있다. 나무로 만들어진 작은 성모상은 특이하게 검은 피부를 가지고 있으며 50년 전 성 베드로에 의해 몬세라트로 옮겨져 왔다고 한다. 아랍인들의 강탈을 피해 동굴 안에 숨겨져 있던 성모상이 880년 전 목동들에게 발견되었다.

성당으로 향하는 입구 왼쪽에 성당의 파수병이라는 느낌을 지니게 하는 중세기사의 조각상에 눈길이 마주쳤다. 사람의 실제 키보다 조금 더 크게 느껴지는 동상의 눈동자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지니고 있었다. 움직이지 않는 동상의 눈동자는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사람의 눈동자와 마주치게 되어있어 신기하게 느껴졌다. 눈동자에 마음이 머물러 수도원에서 유명세를 누리고 있는 검은 마리아상을 관찰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순서대로 줄을 서서 중앙계단으로 오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여 서 있던 장소에서 역방향으로 올라가서 잠시 마리아상을 보기만 하였다. 스페인의 모든 성당은 내부가 지니고 있는 웅장함과 섬세한 건축기술로 그들이 지니고 있는 중세의 화려한 역사를 확인시켜주었는데 베네딕트 성당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생각을 할 만큼 외부의 모습으로는 상상이 되지 않는 성당 내부의 화려한 모습이었다.

가끔 생에서 잠시 만나는 순간들이 오랜 기억으로 남겨지는 특별한 시간이 있다. 동상이 나를 내려다보고 내가 동상을 바라보는 그 시선의 마주침에서 눈싸움이 되지 않는 시선의 교감이 이루어졌다. 나와 너라는 삶의 시선이 가져오는 격렬함이 아닌 움직이지 않는 동상의 시선과 살아있는 나의 시선이 마주하는 영혼의 교감이었다.

위대한 예술품들에 남겨지는 특별한 이야기들처럼 그 동상에 남겨지는 특별한 전설을 알아보고자 하였으나 작자 미상이라는 대답만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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