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미인 들어온다고 아버지도 좋아하셔"

"드라마 '태양의 후예' 막바지 촬영 때 좀 다쳐서 쉬던 중에 '군함도' 시나리오를 받았어요. 느낌이 '확' 오더군요. 다음 날 바로 하겠다고 말씀드렸죠."

24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마주 앉은 배우 송중기(31)는 "작품 결정할 때 오래 고민하지 않는다. 내 느낌을 믿는 편"이라고 했다. 말투도 자세도, 조각칼로 깎아놓은 듯한 얼굴도 다 반듯하다.

내일(26일) 개봉하는 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에서 그는 광복군 특수부대 요원 '박무영' 역을 맡았다. 격투와 사격에 능한 데다 판단력과 리더십까지 갖춰 강제 징용된 조선인 수백명이 섬을 탈출하도록 이끄는 인물이다.

"시나리오가 정말 재미있어서 '태양의 후예 뒤에 또 군인 역할을 해야 되나' 같은 생각은 전혀 안 들었어요. '영화 복귀작인데 주연 아니어도 괜찮으냐'고 염려해주신 분들도 있었지만, 역할의 크기는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송중기는 "배우 중에 에드워드 노턴을 가장 좋아하는데, 그가 출연한 영화를 보면 주·조연작이 고르게 섞여 있다. 배우로서 자신감의 표현이고, 스스로 즐기면서 연기할 수 있는 방법 같다"고 했다.

여러 드라마를 통해 미소년 이미지로 사랑받던 그는 7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늑대 소년'(2012)의 성공으로 '상남자 배우', 톱스타가 됐다. 바로 다음 해 연예 병사가 아닌 일반병으로 입대해 강원도 고성의 보병사단 수색대에서 만기 전역했고, 군 생활 중 출연을 결정했던 '태양의 후예'를 통해 '한류 스타'로 크게 발돋움했다.

한창 활동할 시기에 일제 강점기를 다룬 영화에 출연하면 일본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도 있는 일. 하지만 그는 "저도 소속사도 전혀 주저하지 않았다"고 했다. "우리나라 작품으로 사랑받아서 황송하게도 감히 '한류 스타'로 불리게 된 걸요. 한국 사람인 저에게 가장 중요한 건 한국 작품입니다."

송중기는 "군함도에 관해 몰랐던 역사적 사실들을 알게 되면서 인간으로서 또 배우로서 송중기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고도 했다. 촬영이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일제강점기 '종군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위한 '나눔의 집'에 2000만원을 기부한 것도 그래서 결정한 일이다. 그의 '예비 신부' 송혜교(35) 역시 지난해 일본 미쓰비시자동차의 중국 CF 모델 제안을 받고도 '반성하지 않는 전범 기업'이라는 이유로 거절해 화제가 됐었다. '두 분이 참 잘 만난 것 같다'고 했더니 송중기는 "좀 팔불출 같지만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웃었다. "외모만 예쁜 게 아니에요. 정말 배울 게 많아요. 그게 그를 더 사랑하는 이유, 또 그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이유고요."

 

두 사람의 결혼식(10월 31일)은 이제 100일 남았다. 송중기는 "아버지께 결혼 말씀을 드렸더니 '아시아 최고의 미녀가 집에 들어온다'고 좋아하셨다"며 또 웃었다. 예비 신랑은 신부를 주로 '그분'이라고 불렀다. "'그분'은 아직 영화를 못 봤는데, 워낙 솔직한 성격이라 저도 '그분' 평가가 제일 궁금해요. 아마 지금 개봉을 가장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일 거예요."

송중기는 "개봉하면 한 스무 번쯤 극장에 '잠입'해 관객 반응을 살펴볼 것 같다"고 했다. "VIP 시사 때 봉준호·김지운·최동훈 등 감독님들 뒤에 앉았는데, 봉 감독님이 제일 많이 웃으셔서 기분이 좋았어요. 친구들은 '울었다' '아픈 역사에 분노를 느꼈다'고들 했고요. 관객분들은 어떻게 보실지 너무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