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날 버디 8개… 김인경, 유소연 이어 美 LPGA 2승

'필드의 구도자' 김인경(29)은 쏟아지는 비로 경기가 중단된 순간에도 여유가 있었다. 심리적인 안정을 얻으려 평소 명상을 즐기는 그는 대회 마지막 날 14번홀을 마친 뒤 비로 경기가 중단되자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간밤에 다 보지 못한 영화를 보며 긴장을 풀기 위해서였다. 비가 그친 뒤 경기가 재개되자 그는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해 15번홀(파4)과 16번홀(파4)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여유 있게 정상에 올랐다. 김인경은 "스포츠에서 정신력 싸움은 정말 흥미진진하다"며 "내가 수년간 골프를 하며 깨달은 건 내가 누구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라는 '수행자' 같은 소감을 밝혔다.

24일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의 하일랜드 메도스 골프클럽(파71·6476야드)에서 막을 내린 미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마라톤클래식(총상금 160만달러) 최종 4라운드. 김인경은 보기 없이 버디 8개를 몰아치며 합계 21언더파 263타로 우승 상금 24만달러(약 2억7000만원)를 차지했다. 3라운드까지만 해도 단독 1위인 넬리 코르다(미국)에게 2타 뒤진 2위였던 김인경은 이날 전반 9홀에서만 버디 6개를 치는 막판 스퍼트로 나흘에 걸친 '마라톤'에서 선두로 치고 나왔다. 2012년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현재 ANA 인스퍼레이션) 최종 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우승을 결정 짓는 30㎝ 파 퍼트를 놓치고 연장 끝에 패했던 모습을 더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안정적인 플레이였다.

지난달 숍라이트클래식에 이어 시즌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린 그는 올해 LPGA 투어에서 유소연(2승)에 이어 2승 이상을 거둔 두 번째 골퍼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