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타격 동대문몰 상인들, 쉬는 날도 '거리 매대 장사'

화요일인 25일 오후 6시쯤 서울 중구 동대문 의류 상가 '굿모닝시티' 앞. 상가 주변을 둘러싸고 매대 80여 개가 놓여 있었다. 매주 화요일은 동대문 의류 상가인 '굿모닝시티'와 'APM' 정기 휴무일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 영향으로 중국 관광객이 급감하자 정기 휴무일에도 장사를 하겠다며 인도에 매대를 펴는 상인이 늘어났다. 이곳은 상가 건물의 사유지이기 때문에 구청의 단속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신 파라솔이나 그늘막은 도로를 침범할 수 있어 설치해선 안 된다.

폭이 약 4m인 인도를 매대 수십 개가 메우다 보니 퇴근길 시민들이 부대꼈다. 매대가 버스 정류장 앞까지 이어지면서 버스를 타려 줄을 선 사람들이 뒤엉켰다. 동대문 상가 앞은 화요일마다 '보행 전쟁'이 벌어진다. 유모차를 끌고 지나가던 이선민(44)씨는 "건너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구경하고 돌아가는 길인데 유모차를 끌고 나온 게 미안할 정도"라고 했다.

상인들은 3년 전부터 밀려들기 시작한 중국 관광객들 덕분에 불황도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사드 여파로 올초부터 중국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상인회에 따르면 2014년 3월 DDP 개장 이후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 '동대문 패션타운 관광특구'로 불리며 1년 내내 외국인들이 몰렸다. 한 상인은 "중국인 관광객 2명 중 1명 이상이 동대문에 들렀다"며 "동대문시장은 장사가 안됐어도 APM과 굿모닝시티 같은 대형 쇼핑몰은 밤까지 중국인들로 붐볐다"고 했다.

'굿모닝시티' 1층에서 3년째 여성복 판매를 하고 있는 이덕형(64)씨는 "1년 전만 해도 매출의 절반을 중국인 관광객이 올려줬다"고 말했다. 가이드를 따라온 단체 관광객들뿐 아니라 인터넷 블로그 등을 보고 직접 찾아온 가족·커플 단위 여행객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 관광객이 끊기자 이씨 가게도 어려워졌다. 그는 지난 5월부터 화요일에도 인도의 매대에서 장사를 한다. 이씨는 "상가 문 닫는 날에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이 더위에 도시락 싸서 나온다"며 "그래 봐야 하루에 6만~7만원어치 정도밖에 못 판다"고 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15일 한국을 방문하는 단체 관광 상품을 전면 금지했다. 서울연구원의 4월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동대문 관광특구의 매출 체감도는 전년 동기 대비 70~80％ 수준이다.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25만3359명)은 작년 같은 기간(70만 5844명)의 35%에 그쳤다.

동대문 상가 상인회는 각 상가별로 휴무일인 화요일에 장사하겠다는 사람의 신청을 미리 받고, 하루 3만원에 매대를 내준다. 10년 전부터 해오는 일인데, 최근 매대 신청자가 3배가량 늘었다. 상인회 관계자는 "매대 신청자가 넘쳐, 상인들이 돌아가면서 화요일 장사를 한다"고 했다.

APM 상가에 있는 음식점 매출도 뚝 떨어졌다. 상인들이 도시락을 가지고 다니는 등 밥값을 아끼기 때문이다. APM 상가 2층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백성희(68)씨는 "음식 배달을 시키는 상인이 줄어 우리도 중국인 종업원 한 명만 남기고 알바를 모두 내보냈다"고 했다. APM 운영팀 김인철 과장은 "현재 2층의 경우 공실률이 28.9％인데 재계약 문턱에 걸린 집들까지 포함하면 10곳 중에 5곳은 나간 셈"이라며 "최근엔 쇼핑몰에서 가장 실속이 있는 1층까지 공실이 생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