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연금 올 상반기 5942명 가입… 역대 최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68세 A씨는 지난 1월 주택금융공사의 주택연금에 가입했다. 주택연금은 만 60세 이상인 주택 보유자가 집을 담보로 맡기고 평생 혹은 일정한 기간 매월 연금 방식으로 노후 생활 자금을 지급받는 금융 상품이다. 그는 현재 살고 있는 시가 2억9000만원 정도의 아파트를 담보로 맡기고서 매월 87만2000원을 받고 있다. A씨는 "생활비 걱정이 줄어 삶에 확실히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2007년 7월 도입돼 이번 달에 출시 10년을 맞은 주택연금 가입자가 빠르게 늘어나며 주택을 보유한 고령층의 노후 안전망으로 점차 정착하고 있다. 주택연금은 역(逆)모기지론이라고도 부르며, 한국의 주택연금은 주택금융공사를 통해 국가가 연금 지급을 보증한다.

주택금융공사는 올해 초부터 6월까지 5942명이 주택연금에 가입해 상반기 기준으로 최다 가입자를 기록했다고 25일 전했다. 2015년 상반기 가입자 3065명, 지난해 상반기 5317명보다 많이 늘어난 수치다. 주택금융공사 신월선 팀장은 "가입 연령을 낮추고 가입 가능한 주택을 확대하는 등 가입 요건을 완화했고 제도에 대한 인지도도 높아지면서 가입자가 많이 늘어난 듯하다"고 말했다.

◇조건 완화로 가입자 빠르게 증가

주택연금 제도는 도입 이후 가입 연령, 대상 주택 등의 조건을 계속 조정해 왔다. 고령화가 심화하며 부족해지는 노후 생활비를 보완하기 위해 전보다 수월하게 가입할 수 있게 했다. 시행 초기엔 가입자 부부 모두 만 65세 이상이어야 했지만 지금은 부부 중에 한 사람만 60세가 넘으면 가입이 가능하다. '6억원 이하'였던 주택연금 가입 기준은 '9억원 이하 1주택 소유자, 또는 보유 주택 합산 가격이 9억원 이하인 다주택자'로 확대됐다.

가입 요건이 완화되면서 주택연금 가입자 수는 빠르게 증가했다. 1만 번째 가입자까지 걸린 기간은 60개월이었는데, 2만 번째는 22개월, 3만 번째는 20개월이 걸렸고 4만명까지 걸린 기간은 11개월로 첫 1만명 가입에 걸린 시간의 5분의 1밖에 안 됐다.

◇평균 71.8세, 2억8600만원짜리 주택 맡겼다

주택연금 가입 시점은 과거보다 약간 앞당겨지고, 담보로 맡기는 집의 가격은 다소 올라가고 있다. 가입할 수 있는 최소 연령이 낮아지고 담보로 맡길 수 있는 주택도 가격 기준선이 올라간 영향이다.

주택금융공사가 주택연금 출시 후부터 지난 6월까지 가입한 4만5371명을 분석했더니, 가입자 평균 나이는 71.8세로 가입자 2만명을 돌파한 2014년 6월의 72세에 비해 약간 내려갔다. 담보 주택의 평균 가격은 2억8600만원으로 3년 전 2억7900만원보다 상승했다. 담보로 맡기는 주택은 1억원 이상~3억원 이하가 56.3%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3억원 이상~6억원 이하 주택이 31.9%, 1억원 미만이 6.2%였다. 6억원이 넘는 주택을 담보로 맡긴 비율은 5.6%였다. 주택연금 가입자의 월평균 수령액은 98만4000원이었다. 100만원 미만이 62.7%로 가장 많았고 100만원 이상~200만원 미만 30.1%, 200만원 이상은 7.2%였다.

주택연금에 가입하려면 주택금융공사 지사를 방문해야 하고, 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www.hf.go.kr)나 전화(1688-8114)로 예약해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있더라도 가입은 가능하다. 은행 등의 주택담보대출을 주택금융공사 대출로 갈아타는 방식이다. 이 경우엔 대출금을 갚고 남은 돈을 연금으로 받는 형태이기 때문에 연금 수령액은 줄어든다.

7월 기준으로 만 70세가 2억원짜리 주택으로 주택연금에 가입하고 평생, 매월 일정한 금액을 받는 종신지급형을 선택하면 매월 61만6000원, 3억원 주택은 92만4000원, 5억원 주택으로는 154만원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