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일 최다 관객 동원 '군함도'… 스크린 수 많은 덕분?

올여름 기대작 '군함도'(감독 류승완)가 26일 개봉 당일 두 가지 기록을 작성했다. 우선 '군함도'는 하루 동안 관객 97만516명(영화진흥위원회 내 통합 전산망 기준)을 모았다. 지난 6월 현충일에 개봉했던 '미이라'(2017)의 87만2965명보다도 약 10만명 많은 개봉일 최다 기록. 하지만 반갑지만은 않은 기록이 또 하나 있다. '군함도'는 이날 하루 동안 2027개 스크린에서 상영하며 이전 최다 스크린 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엔 '캡틴 아메리카:시빌워'(2016)의 스크린 1991개(상영 기간 중 스크린 최다 확보일 기준)가 최다 기록이었다.〈그래픽〉

◇'군함도' 스크린 독점 논란

'군함도'의 이 두 기록이 스크린 독점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국내 전체 스크린 수는 2700여개. 하지만 한 스크린에서 영화 여러 편을 소위 퐁당퐁당 상영하는 '교차 상영' 때문에 통계에 잡히는 스크린 수는 훨씬 많다. 가령 한 스크린에서 '군함도' '슈퍼배드 3'를 상영할 경우 통계상으로는 스크린 수가 2개로 잡힌다.

이런 방식으로 계산한 26일 하루의 총 스크린 수는 5481개다. '군함도'의 공식 스크린 점유율은 37.0%. 하지만 관객 동원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상영 횟수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상황은 조금 더 심각하다. 26일 국내 극장에선 전체 영화가 총 1만8440회 상영됐다. 이 가운데 1만174회, 다시 말해 절반 이상인 55.2%가 '군함도'의 몫이었다. 통상 개봉 영화가 오후와 저녁 등 황금 시간대에 집중 배정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군함도'는 26일 한국의 극장가를 휩쓴 셈이다. '터치'를 연출한 민병훈 감독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독과점을 넘어 이건 광기다. 상생은 기대도 안 한다. 다만 일말의 양심은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좌석 점유율 등 고려해야"

극장도 할 말이 있다. 배급사와 극장 측은 영화의 예매율과 좌석 점유율 등을 모두 고려해서 스크린을 배정한다. '군함도'의 이날 오전 10시 기준 예매율은 70.6%에 이르렀다. 2위인 '슈퍼배드 3'(14.0%)의 5배다. 같은 날 '군함도'의 좌석 점유율도 52.8%로 최근 한 달 내 개봉된 영화 중 가장 높았다. 반면 지난주 개봉 이후 흥행 1위였던 '덩케르크'의 좌석 점유율은 28.9%로 내려앉았다. 예컨대 100석짜리 상영관에 '군함도'를 틀면 52석이, '덩케르크'를 틀면 28석이 각각 차는 셈이다. 극장은 "관객이 원하는 영화를 많이 틀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웃을 수만은 없는 배급사

초반 흥행이 좋다고 해서 반드시 전체 흥행 성적이 좋다는 보장은 없다. 영화 시장 분석가 김형호씨는 "잘 되는 영화에 스크린을 몰아주는 것은 멀티플렉스(대형 복합 상영관)의 태생적 속성이다. 하지만 초반에 관객이 몰려 '입소문' 전파 시간이 짧아지면 상영 기간을 오래 가져가지 못할 수도 있어 오히려 최종 흥행 성적을 깎아 먹기도 한다"고 말했다.

CJ 측은 "계열사인 CGV 극장뿐 아니라 다른 멀티플렉스도 모두 '군함도'를 많이 틀었다"고 항변한다. 실제 26일 개봉 당일 CGV의 전체 스크린(2114개) 가운데 847개(40.1%)에서 '군함도'를 상영했다. 롯데시네마(37.1%)나 메가박스(38.2%)에 비해서 2~3%포인트 높은 정도다.

정작 CJ엔터테인먼트(배급)와 CGV(상영), 롯데시네마(배급 및 상영)의 걱정은 다른 곳에 있다. 영화 배급과 극장을 겸업하는 영화 산업의 '수직 계열화'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취임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여기에 비판적인 입장이다. 도 장관은 국회의원 시절인 지난해 10월 영화관의 스크린 독점 방지와 대기업의 영화 상영 배급 분리 등을 골자로 하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었다. 하지만 서정 CJ CGV 대표는 최근 "수직 계열화가 그렇게 문제인지 반문하게 된다. 이런 식(영비법 개정)의 규제와 통제는 영화 산업의 위축을 불러오며, 해외시장 진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