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챙기듯… 의경들 "여고생 대입 컨설팅, 命 받았습니다"

지난 19일 서울 성동구 무학여고의 한 교실. 2~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대일 자기소개서 멘토링이 한창이었다. 학생들 앞에 선 이는 선생님이 아닌 푸른 제복을 입은 의무경찰이었다. 한 학생이 "두괄식으로 쓰는 게 뭔지 잘 모르겠다"고 하자, 성동경찰서 소속 의무경찰 강호길(서울대 경제학과 13학번) 대원이 답변했다. "그냥 '교육 봉사 다녀왔습니다'는 식으로 끝내면 안 돼요. 자기소개서는 결과가 아니라 에피소드 위주로 쓰는 게 중요하거든요."

이날 의경들은 무학여고에서 수시를 앞둔 학생들에게 자기소개서 작성 요령 등 입시 노하우를 전수했다. 모두 자신들만의 수시전략으로 대학입시에 성공한 경험이 있는 의경들이었다. 각자 30분에서 길게는 1시간씩 학생 12명을 상담했다. 2학년 정단비(16)양이 "공대에 가고 싶은데 과학고·영재고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밀릴까 걱정"이라고 하자 김정훈(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과 10학번) 대원이 "실제로 (공대에) 들어오면 일반고 학생들이 오히려 흥미를 많이 느끼고 대학원 진학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무학여고의 '의경 입시 컨설팅'은 이날이 두 번째다. 지난달 16일엔 의경 11명이 이곳에서 학생 150명을 상대로 수시 전략 강의를 했다. "유능한 인재들이 의경에 많이 지원한다"는 말을 들은 무학여고 이대영 교장이 인근 성동경찰서에 "우리 학교에 와서 강의해 달라"고 연락한 게 계기였다. 이 교장은 "교사들도 진학상담을 하지만, 최근 대입을 치른 선배들이 교사보다 더 따끈따끈하고 실질적인 멘토링을 해줄 수 있기 때문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의경들도 호응했다. 윤승영 성동경찰서장은 "우수한 의경 인재들이 특기를 살려 지역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다 보니, 11명 뽑는데 30명이 넘게 지원하는 등 인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의경들은 멘토링을 위해 휴무일을 반납했다. 양원직(동국대 통계학과 15학번) 대원은 "내 동생 자소서를 첨삭해주는 마음으로 정성껏 가르쳐줬다"고 말했다.

'의경 멘토링'은 학생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지난달 멘토링에선 강의를 끝내고 일대일 자소서 멘토링을 하기 위해 교실로 향하는 의경들에게 여고생들이 환호를 보냈다. 3학년 김민정(18) 양은 "내가 가고 싶은 대학 학과 선배의 조언을 듣고 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