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겹 양말 신고 겨울 골목길 뛰었죠"

9일 개봉하는 영화 '청년경찰'에서 경찰대생인 주인공 '희열' 역을 연기한 배우 강하늘(27). 서글서글한 눈매와 해맑은 미소를 갖고 있지만 속에는 독한 구석을 감추고 있는 전형적인 '외유내강(外柔內剛)'형이다. 고교 연극 동아리에 들어갈 무렵, 그는 98㎏까지 나갔던 몸무게를 30㎏가량 감량했다. 지금도 키 181㎝에 체중은 70㎏대를 유지한다. 강씨는 28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식이조절과 맨손 체조로 천천히 뺐다. 헬스와 인공 암벽 기어오르기(climbing), 격투기를 했고 요즘에는 요가도 한다"고 말했다.

만 16세 때인 2006년 연극과 뮤지컬로 데뷔했다. 이듬해에는 방송 드라마 '최강 울엄마'에도 출연했다. 10대부터 무대와 방송을 동시에 경험한 것. 그는 "주변에서 '무대 연기만 하면 방송 연기는 잘 안 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처음에는 뮤지컬을 할 때도 대본을 무대 버전과 방송 버전 등 두 가지로 연습했다"고 말했다. 2014년 드라마 '미생'의 반듯한 신입 사원 '장백기' 역으로 이름을 알렸다. 2015년 영화 '쎄시봉'의 윤형주 역에 이어서 지난해 '동주'에서는 시인 윤동주 역할을 맡았다.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교회 극단 소품팀에서 연극을 처음 접했다. "여름 방학을 모두 반납하고 소품을 만들었죠. 공연이 끝난 뒤 스태프로 무대 위에 올라와 인사하는데 속이 후련했는지, 감격했는지 펑펑 울었던 기억이 생생해요." 부모님도 모두 연극을 했던 배우 출신. 하지만 강씨를 임신한 뒤 생계를 위해서 연기를 그만두고 지금은 김포에서 칼국수집을 운영한다. 최근 강씨가 부모님의 식당에서 서빙을 하는 모습을 팬들이 촬영한 사진이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됐다.

'충무로 블루칩'이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지만, 그는 "영화 '동주' 촬영을 마친 뒤 연기를 그만둬야 하지 않을지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말했다. "'윤동주 시인이 실제로 이렇게 말하거나 행동했을까' 하는 의문이 촬영 내내 사라지지 않았어요. 스트레스와 압박감이 심해졌고 연기가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죠." 강씨는 당시 명상이 고민 해결에 톡톡히 도움이 됐다고 했다. "내 마음을 가만히 내버려두고 멀찍이 떨어져서 관조하듯 바라보는 명상을 지금도 매일 한다"고 했다.

영화 '청년경찰'에서 그는 동료 배우 박서준(29)과 호흡을 맞췄다. 영화는 '청춘 버전의 투캅스'처럼 시종 코믹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잃지 않는다. 강씨는 "촬영 내내 한겨울의 강남 새벽 골목길을 벌벌 떨면서 뛰어다녔다. 양말 세 겹씩 신어도 추위가 가시질 않아서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강씨는 헌병대 전문특기병(모터사이클 승무 헌병)으로 자원해서 오는 9월 군 입대를 앞두고 있다. '청년경찰'의 김주환 감독은 "속편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어쩌면 강씨가 군 복무를 마친 뒤 '청년 경찰2'로 다시 촬영장을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는 "속편에는 제발 한밤중에 달리는 장면만 없었으면 좋겠다"면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