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만명 장기연체 빚 21조 모두 탕감

장기간 연체해 금융 회사가 사실상 받아내기 힘든 123만명의 대출금 21조7000억원어치가 모두 탕감된다.

빚 갚을 능력이 없거나 신용 불량 상태에 놓인 사람들이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도록 돕자는 취지인데, 일부러 갚지 않는 악성 채무자가 포함될 수 있어 도덕적 해이 논란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31일 "국민행복기금과 신용보증기금 등 금융공공기관이 갖고 있는 '소멸시효 완성채권' 21조7000억원어치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소멸시효 완성채권이란 오랜 기간 원리금을 갚지 못해 돈을 빌려준 채권자가 받을 권리를 상실한 빚을 의미한다. 금융 부채의 소멸 시효는 5년이다. 예를 들어 직장인 A가 카드 대출을 받은 뒤 갚아 나가다가 실직·질병 같은 곤란한 사정이 생겨 빚을 전혀 못 갚는 상황에 이르게 되면, 그로부터 5년 후 해당 카드사는 원리금을 받아낼 권리를 상실한다.

그러나 빚 갚을 의무는 사라지지만 빚 자체는 그대로 남는다. 따라서 금융회사는 소송, 추심 등을 통해 언제든 소멸시효 완성채권을 살아있는 빚으로 부활시킬 수 있다. 끈질긴 추심을 통해 빌린 돈을 일부라도 갚게 만들면 다시 빚 전체를 갚아야 하는 의무를 10년간 연장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정부는 공공금융기관이 보유한 소멸시효 완성채권을 모두 없애주기로 결정했다. 전산상으로 해당 빚이 '소멸시효 완성'으로 표시되는 것이 아니라 '채무 없음'으로 표시되는 것이다. 국민행복기금과 금융공공기관이 갖고 있는 것만 123만1000명의 21조7000억원어치다.

은행·카드사 등 민간 금융회사가 보유 중인 소멸시효 완성채권은 4조원 규모이며, 대상자는 91만2000명이다. 정부는 민간 금융회사들도 자율적으로 탕감해주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상환 능력 심사도 없이 일괄 탕감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