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패피라면 '새우깡옷' 정도는 입어줘야지"

웃음은 만국 공통어다. 멋진 유머 감각은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매력적인 도구다. 패션에서도 마찬가지다. 장난기 넘치는 유쾌한 패션이 최근 크게 주목받는 이유다.

럭셔리 브랜드 모스키노의 재치는 올가을·겨울 시즌 캡슐 컬렉션(유행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소규모 컬렉션)에서 정점에 올랐다. 컬렉션 제목을 래타포르테(rat-a-porte)로 정하고 생쥐(rat)를 콘셉트로 내세웠다. 프레타포르테(pret-a-porte·고급 기성복)와 유사한 발음을 이용한 언어유희다.

찢어진 신문지, 바나나 껍질, 구겨진 종이봉투처럼 생쥐가 사는 쓰레기통 속 물건들에서 디자인을 따왔다. 쓰레기통 모양 핸드백을 든 모델이 런웨이를 활보했다. 샤넬의 아트 디렉터인 칼 라거펠트도 자기 이름을 딴 브랜드에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두꺼운 선글라스에 말총머리를 한 자신의 얼굴을 옷과 가방에 만화 캐릭터처럼 큼직하게 그려 넣었다.

최근 패션 브랜드가 이종(異種) 업계와 손잡고 의외의 아이디어를 빌려오는 것도 허를 찔러 웃음을 유발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특히 그간 교류가 별로 없었던 식품과의 협업이 활발하다. 과자, 아이스크림, 음료수 같은 친근한 간식거리들이 쇼윈도에 등장하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 휠라는 지난 5월 빙그레 아이스크림 메로나와 협업해 'FILA×메로나' 컬렉션을 선보였다. 메로나의 연한 녹색을 입힌 슬리퍼, 운동화 등이 나왔다. 휠라는 4월에도 펩시콜라 로고를 활용한 의류를 내놨다.

삼성물산의 SPA(패스트 패션) 브랜드 에잇세컨즈는 지난달 17일 농심 새우깡과 협업해 의류·액세서리 45종을 선보였다. 에잇세컨즈 정창근 상무는 "친숙하고 정겨운 새우깡 이미지를 활용해 위트 있는 새우 그래픽을 개발했고, 이를 다양한 아이템에 접목해 패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했다.

LF 여성복 브랜드 질바이질스튜어트도 롯데제과 죠스바와 협업한 패션 제품을 지난달 31일 출시했다. 티셔츠와 블라우스 등에 죠스 캐릭터를 새기고 죠스바의 상징인 회색과 진분홍색을 활용했다. 이달 말에는 마가렛뜨, 빠다코코넛 등 인기 비스킷 브랜드와 다시 한 번 협업할 예정이다. LF 관계자는 "먹는 즐거움에 입는 재미까지 더해 색다른 흥미를 전달하려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