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강제징용 논쟁 던진 것만으로도 의미"

"스크린 독점 논란은 10여 년 지난 해묵은 논쟁인데 우리 감독들도 지금 이 상황에 대해 굉장히 열받아 있어요."

올여름 극장가에서 '군함도'는 뜨거운 이슈다. 지난 26일 개봉 이후 6일 만에 관객 450만명을 돌파했다. 2014년 '명량'(개봉 첫 주 관객 476만명)과 지난해 '부산행'(475만명)에 버금가는 흥행 속도다. 하지만 그만큼 그늘도 짙고 길다. 스크린 독점 논란이 불거지는가 하면, 일제시대 조선인 강제 징용의 역사적 사실에 탈출극이라는 허구를 뒤섞었다는 비판도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류승완 감독은 1일 서울 소격동 카페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직설적인 표현을 섞어가며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영화는 촬영과 제작, 상영과 배급이 분리되어 있는데, 언제까지 감독들이 우리 책임이 아닌 일에 대해서 앞에 나가 사과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영화감독이 책임질 영역은 제작인데, 투자·배급사와 극장의 영역인 상영과 배급까지도 감독의 소관인 것처럼 오해받고 있다는 항변이다. 개봉 당일 '군함도'는 전국 2027개 스크린에서 상영해서 이전 최다 스크린 기록('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1991개)을 갈아치웠다.

류 감독은 "저 역시 스크린 독과점에 찬성하지 않고, 극장에서 보고 싶은 작품을 관람하지 못할 때 짜증이 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했다. 또 "스크린 독과점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게 된 영화계 동료들이 있기 때문에 송구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도 했다. 류 감독은 "'군함도'를 마지막으로 스크린 독점 논쟁이 마무리되고, 다양한 독립·예술 영화들이 극장에 오래 걸리고 '영화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적절한 제한 조치(limit)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군함도'는 1940~1945년 수많은 조선인이 강제 징용을 당했던 일본 나가사키 남서쪽의 섬 하시마를 일컫는다. 일본의 해상 군함을 닮았다고 해서 '군함도'라고 불렸다. 영화는 총제작비 260억원 가운데 강원도 춘천의 '군함도' 세트장 건설에만 70억원을 들였다. 축구장 두 개 정도 크기인 하시마섬의 3분의 2에 조금 못 미치는 규모다. 류 감독은 "컨테이너 박스를 잔뜩 쌓아서 실제 산 높이의 절반 정도를 구현했다. 촬영 기간에도 중장비가 끊임없이 오가는 바람에 촬영장이 건설 현장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영화는 조선인 강제 징용이라는 역사적 사실과 탈출극이라는 허구가 뒤섞여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또 반일 감정에 맹목적으로 호소한다거나, 거꾸로 친일 요소가 담긴 작품이라는 상반된 평가도 나온다. 류 감독은 "친일과 반일 논란이 동시에 일어나는 건 아마도 내 경우가 처음인 것 같다"면서 "영화 한 편으로 역사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풀 수는 없겠지만, 조선인 강제 징용에 대해 의문과 논쟁을 던진 것만으로도 가치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군함도' 이후 류승완의 후속작에 대한 관심도 높다. 그는 "'베를린'이나 '베테랑' 속편에 대한 논의도 있지만 아직 각본이 나오지는 않은 상태"라며 "'베를린'은 속편 형식보다는 별도의 번외편(spin-off) 형식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