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주인님 눈빛이 변했다

7~8월에는 유기 동물이 급증한다. 휴가를 떠나며 버리거나 피서지에서 잃어버렸는데 찾지 않는 것이다. 전문 위탁 시설에 맡겨두고 떠났는데, 정작 제대로 보호하지 않아 반려동물이 병에 걸리기도 한다. 모두 인간의 이기심 때문이다.

지난달 경기도 안성 한 국도변. 두 손에 들어올 만큼 작은 개 한 마리가 쇼핑백에 들어 있는 것을 행인이 발견했다. 반려견으로 많이 기르는 견종 '미니어처 핀셔'였다. 사람이 다가가도 움직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 개는 사설 유기견 보호소로 보내졌다. 그곳에서 건강진단을 받았다. 뒷다리가 부러져 있었고, 각막 궤양과 유선(乳腺) 종양을 앓고 있었다. 나이는 열네 살 정도로 추정됐다. 사람으로 치면 80대에 해당한다. 이 개를 맡은 김계영 유기견 보호소 대표는 "아마 차를 타고 가던 중 병들고 늙은 반려견을 버린 것 같다. 매년 휴가철이 되면 유기견이 늘어 시설이 감당이 안 된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버려졌다가 각 지자체 관할 보호소에 들어온 유기 동물은 약 9만마리. 이 가운데 약 1만8000마리(20%)가 7·8월에 구조된 것이다. 구조되지 못한 동물을 감안하면 휴가철 동물 유기 사례는 훨씬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 유기견 보호소 '도그마루' 김주석 대표는 "8월이 되면 키우다 버린 개가 평소의 서너 배"라고 했다.

◇키우다 휴가 때 버리는 동물들

 

여름철 유기견이 많이 생기는 것은 여러 이유로 키우기 어렵다고 생각하다 휴가 때 실행에 옮기기 때문이다. 휴가를 떠나면서 개를 지인에게 맡기자니 부담스럽고 수십만원 들여 애견 호텔에 두기도 싫은 것이다. 또 여름 습하고 더운 날씨에 개들은 피부병 같은 질병을 많이 앓는다.

유기 장소는 주택가와 떨어진 도로나 피서지가 많다. 요즘 강릉시유기동물보호소는 휴게소나 해수욕장, 사찰 등에 버려진 개를 구하는 게 일상이다. 동물학대방지연합 관계자는 "공항 가는 길에 버려진 유기견을 구조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되돌아오지 못하도록 집에서 가능한 한 먼 곳에 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피서지나 여행지에 데려갔다가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외지에서 찾기 번거롭고 여행 일정에 쫓겨 대부분 찾는 걸 포기한다고 한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유기 동물은 공고 후 열흘간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지자체 소유가 되고, 보호소에서 새 주인을 못 찾으면 안락사된다. 작년 유기 동물 중 30.4％는 분양됐지만 19.9％는 안락사했다. 15.2％만 보호소에서 원래 주인을 찾았다. 키우던 동물을 유기한 사실이 밝혀지면, 과태료(100만원 이하) 처분을 받는다. 하지만 일부 동물보호단체는 "과태료 부과를 넘어 형사처벌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믿고 맡겼는데 병 걸린 반려동물"

휴가 동안 반려동물을 잠시 맡아주는 펫시터(Pet Sitter)와 펫호텔 서비스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소홀히 관리해 병이 생기거나 심지어 동물을 분실하는 피해 사례도 덩달아 늘고 있다.

지난달 8일 경기도 수원에 사는 김명선(33)씨는 6박 7일 일정으로 태국으로 가족 휴가를 가기 위해 동네 펫시터에게 두 살짜리 요크셔테리어를 맡겼다. 한 달 정기권 22만5000원을 결제했다. 이틀 뒤 펫시터로부터 "감당이 안 된다. 배변을 못 가린다"는 연락을 받았다. 지인에게 연락해 맡긴 지 5일째 강아지를 찾아왔다. 발에는 습진이 나 있고 귀에는 갈색 귀지가 그득했다. 여러 마리를 돌보느라,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은 탓이다. 김씨가 환불을 요구하니 "먼저 데려간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거부했다. 애견호텔에 강아지를 맡겼는데, 업주가 개를 유기하는 사건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반려동물 주인들이 피해를 보상받으려면 현재는 민사소송을 해야 한다. 그때그때 계약서를 작성하는 개인 간 거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