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명 찾은 '민족 정기의 상징'… 독립운동 교육·연구 중심으로

나라를 잃었던 민족적 수난을 되새기고 민족 정기의 구심을 세우기 위해 만들어진 독립기념관이 15일 개관 30주년을 맞는다. 독립기념관은 1982년 일본이 한국 침략 사실을 왜곡한 역사 교과서를 발간하자 이를 규탄하는 열기가 전국적으로 일어난 것이 계기가 돼 국민 성금으로 1987년 8월 15일 충남 천안군 목천읍 흑성산 기슭에 문을 열었다. 조선일보는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실상을 파헤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여론을 주도했으며 독립기념관 건립에 앞장섰다. 한국 민간지 첫 번째 여기자였던 최은희 여사가 조선일보에 100만원을 맡겨 첫 번째 성금 기탁자가 됐고 국민 성금 접수액도 45억원을 넘어 신문사 중 단연 최고였다.

지난 8일 찾은 독립기념관 본당 '겨레의 집'은 개관 이후 사무실로 사용해온 2·3층 공간을 관람객을 위한 안내·교육·전시·휴식 공간으로 바꾸는 공사의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곳에 들어있던 사무처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는 경내에 별도 건물을 마련해 이전했다. 또 3·1운동을 주제로 한 제4전시관('겨레의 함성')은 한국 독립운동의 세계사적 의의와 현재적 의미를 조명하는 '평화누리관'으로 이름을 바꾸고 전시물을 교체하여 15일 다시 문을 연다. 4전시관의 대표 전시물이던 '3·1정신상(像)'은 독립기념관 입구 앞쪽으로 옮겨서 전체를 상징하는 조형물로 삼았다.

독립기념관은 개관 이후 우리 독립운동의 역사를 알리고 연구하는 중심 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7개의 상설 전시관은 개관 첫날 3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린 것을 시작으로 청소년·군인·재외동포 등이 많이 찾는 역사교육 현장이 됐으며 지난 7월 2일 누적 관람객이 5000만명을 돌파했다. 개관 이듬해 열린 '3·1운동 69주년 특별기획전', 2010년 '경술국치 100주년 야외사진전' 등 100회가 넘는 특별기획전을 개최했고, 1991년 3월 유관순 열사를 1회로 마련된 '이달의 독립운동가' 기획전시는 지난달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인 조마리아 여사로 309회를 맞았다. '독립군 체험학교' '독도 학교'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1987년 2월 독립기념관보다 먼저 문을 연 부설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는 월례발표회(336회 개최)와 학술지 '한국독립운동사연구'(58집 발간) 등을 통해 독립운동사 연구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으며, '단재신채호전집' '안중근문집' '중국 신문기사집' '일본 신문기사집' 등의 독립운동사 자료집도 간행했다. 또 '한국독립운동의 역사'(전60권 완간), '독립운동가 열전'(전100권 예정, 현재 79권 발간) 등 대형 연구·저술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독립운동사사전'은 총론편(2권)과 운동·단체편(5권)을 발간한 데 이어 인명편(1만6000명 수록 예정)을 추진하고 있다. 24개국, 905곳의 국외(國外) 독립운동사적지와 1600여곳의 국내 독립운동 사적지를 조사한 보고서도 독립운동사 연구의 지평을 크게 넓힌 성과로 평가받는다.

독립기념관은 개관 30주년을 기념하여 10일 오전 10시 반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3·1운동 전후 국제 정세의 변화와 한국 독립운동'이란 주제로 국제 학술회의를 개최한다. 또 12일 '제2회 독립운동 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15일까지 독립기념관 경내에서 다양한 경축 문화 행사를 마련한다. 9월에는 새로 단장한 겨레의집에서 '국채보상운동 100주년 특별전'을 갖는다. 윤주경 독립기념관장은 "독립기념관의 성년을 맞아 시설을 전면 재정비하고 앞으로 30년을 열어갈 비전을 마련하여 새로운 면모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