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거나 나쁘거나] "아카데미상 기대되는 연기" "볼거리 많지만 재미는… "

시저役 배우 서키스의 好演… 원작 못지않은 빼어난 프리퀄

히트작이 나온 뒤에 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전사(前史)를 보여주는 속편을 '프리퀄(prequel)'이라고 부른다. '반지의 제왕' 3부작 이후에 나왔던 '호빗' 3부작이나 '스타워즈'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개봉 순서로는 속편에 해당하지만 이야기 흐름으로는 이전 스토리를 들려주는 방식이다. 오랫동안 숨겨 놓았던 이야기보따리를 뒤늦게 풀어놓는 것 같은 묘미가 프리퀄에는 숨어 있다. 최근 나온 '혹성탈출'은 원작 못지않게 빼어난 프리퀄이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는 이례적인 경우에 속할 것이다.

15일 개봉하는 '혹성탈출: 종의 전쟁'은 이 시리즈의 전사를 보여주는 프리퀄의 3부에 해당한다. 1968년 찰턴 헤스턴 주연의 원작 '혹성탈출'이나 2001년 팀 버튼 감독의 동명(同名) 리메이크는 모두 인간이 유인원의 지배를 받는다는 비관적 전제에서 출발했다. 거기에 2011년과 2014년의 프리퀄 두 편은 인간과 유인원의 전면전(全面戰)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장르적 재미를 더했다.

'종의 전쟁'에서도 인간과 유인원의 무력 충돌을 다룬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여기서 영화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유인원의 대장 '시저'(앤디 서키스)는 셰익스피어 비극의 주인공처럼 인간에게 처자식을 모두 잃은 고통을 절절하게 드러낸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깊이 있고 입체적인 '인물상', 아니 '동물상'은 시저가 연기한다.

이집트에서 탈출하는 유대인을 묘사한 '출애굽기'처럼, 영화는 후반부로 향하면서 진지한 성극(聖劇)으로 변모한다. 디지털 그래픽을 통해서 '시저'를 연기한 서키스는 아카데미상 역사상 처음으로 '유인원'을 연기한 배우가 남우주연상을 거머쥐는 경우가 될지도 모르겠다.

인종주의 등 익숙한 메시지… 밋밋한 고전 서부극 같기도

아날로그에 가까워지기를 소망한다는 점은 디지털 기술의 역설이다. 이 영화가 스크린에 구현하려 한 것 역시 '한없이 아날로그에 가까운 디지털 유인원'이다. 결과물은 경이롭다. 그러나 첨단 기술 '힘 자랑'이 곧장 영화적 재미와 감동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영화는 시리즈의 문명 비판적 세계관과 대장 유인원 '시저'의 매력에 익숙한 팬들을 위한 종합선물 세트에 가깝다. 선물 세트 속엔 대개, 맛난 과자보다 안 팔리는 과자가 많이 들어있다.

공존을 원하는 유인원들의 은신처를 중화기로 무장한 인간 군대가 습격하고, 지휘관 '대령'(우디 해럴슨)이 유인원 우두머리 '시저'의 가족을 살해한다. 영화는 복수를 위해 대령을 쫓는 시저의 추격 로드무비였다가, 포로를 구해내는 감옥 탈출 영화로 바뀌고, 약속의 땅으로 민족을 이끄는 구약성서적 서사로 마무리된다. 그 안에 인종주의, 타자 배제, 인간의 야만, 자연을 거스르는 문명에 대한 경고 같은 익숙한 메시지들이 버무려져 있다.

1편 '진화의 시작'(2011)이 실험실 사고로 유인원들이 인간에 맞먹는 지능을 얻으며 벌어지는 재난 영화였다면, 2편 '반격의 서막'(2014)은 대치하는 유인원과 인간 무리가 낯선 공간에서 맞부딪치는 심리극의 얼개를 갖고 있었다. 3편은 원주민과 카우보이들의 싸움을 떠올리게 하는 서부극 형식을 빌려온다. 하지만 '로건'처럼 서부극의 현대적 재해석이라기보다, 1970~80년대 TV '주말의 명화'에서 보던 고전 서부극 쪽에 가깝다. 향수를 느낄 관객도 있겠지만, 밋밋하고 심심하다고 느낄 이들도 적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