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도 국적도… 예술은 모든 걸 하나 되게 하죠"

"영화 속 팔레스타인 청년의 노래처럼 예술은 국적, 민족, 종교 같은 차이를 잊고 서로 하나가 되게 하는 힘이 있죠. 추함을 아름다움으로 바꾸는 예술의 힘으로, 이 영화를 보는 모든 이에게 위안을 주고 싶었습니다."

17일 개봉하는 '노래로 쏘아 올린 기적'(The Idol)은 드물게 만나는 팔레스타인 영화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청년 무함마드 앗사프(26)가 2013년 아랍권 TV의 노래 오디션 프로그램 '아랍 아이돌'에서 우승했던 실화를 그린다. 가자는 이스라엘의 전면 봉쇄로 '지구 위 가장 큰 감옥'이라 불리는 곳. 봉쇄를 뚫고 경연에 참가한 것만도 기적인데, 앗사프는 그의 노래가 가진 힘만으로 우승까지 하며 팔레스타인 민족의 희망, 아랍권의 수퍼스타가 됐다. 영화를 만든 하니 아부 아사드(56·사진) 감독 역시 팔레스타인 출신의 가장 유명한 영화인이다. '예루살렘의 신부'(2002)로 미국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오마르'(2013)로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그는 최근 이메일 인터뷰에서 "앗사프의 아랍 아이돌 우승 소식은 동포들에게 현실이 된 판타지였다"고 했다. "칸 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3주 뒤 고향 나사렛의 광장에서 우승 장면을 봤지요. 제가 상 받은 것보다 더 기뻤습니다." 감독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얼어붙은 마음이 녹아내렸다. 나라를 잃고 슬픔에 잠겨 사는 이들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고 했다.

영화는 가자의 소년 무함마드와 누나 '누르'의 어린 시절로 시작된다. "노래로 유명해져서 세상을 바꾸겠다"고 약속한 야무진 남매. 친구들과 고물을 주워 악기를 만들고,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며 꿈을 키운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고향 가자를 바깥세상과 갈라놓은 분리장벽만큼이나 높다. 영화는 끝내 누나와의 약속을 이뤄가는 청년의 걸음을 따라간다.

나사렛에서 나고 자랐지만, 가자지구에 들어간 것은 감독도 처음이었다. 그는 "전쟁으로 부서진 건물 더미를 봤을 땐, 죽어간 동포들 생각에 우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촬영도 난관의 연속이었다. "이스라엘 정부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뿐 아니라 여러 무장정파들과 협의하며 촬영 허가를 받아내야 했지요." 아역 배우들의 천진한 연기도 이 영화의 매력. 감독은 "인터넷 영상 전화로 실제 가자에 사는 어린이들을 뽑았다"고 했다. "촬영 이틀 전에야 처음 어린 배우들을 만났어요. 가르치거나 연습할 시간도 없었는데, 아이들이 카메라 앞에서 너무 자연스러운 거예요. 자신들의 현실이 녹아 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감독은 자살폭탄 테러 이야기 '천국을 향하여'(2005), 분리장벽을 넘나들며 이중첩자가 된 청년 이야기 '오마르' 등의 영화를 만들었다. 그의 영화는 중동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 이스라엘에서도 상영된다. "제 영화는 극한의 조건에서도 인간의 존엄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모든 사람은, 세계는 연결돼 있다는 걸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