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구속된 동아제약, 신규사업 올스톱 위기

국내 대표 제약사인 동아제약이 강정석(53) 회장의 구속으로 창사 85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수개월간 진행된 강도 높은 검찰 수사로 영업마케팅 활동이 크게 위축된 데다 강 회장마저 구속되면서 동아제약그룹의 신약 개발과 해외 의약품 도입 등이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국내 제약사의 영업마케팅을 가격 중심에서 품질 중심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 회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역임했던 강신호 명예회장의 넷째 아들로 올해 1월 지주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에 올랐다.

◇회장이 리베이트 비용 승인 혐의

지난 14일 부산지검 동부지청에 구속 기소된 강 회장은 2007년 5월부터 올 3월까지 경기도와 대구·부산 등의 병원 21곳에 979차례에 걸쳐 의약품 채택 대가로 금품(리베이트) 62억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동아제약이 약품 도매상에 다른 곳보다 낮은 가격에 약품을 넘기면 도매상에서 일정한 차액을 의사와 병원에 리베이트로 제공하는 방법을 썼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리베이트 외에도 회사 자금 736억원을 횡령하고 허위 영수증으로 법인세 176억원을 포탈한 혐의도 받고 있다.

과거 제약사들의 리베이트 사건에서는 영업 담당자와 임원 등이 구속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이번에 검찰이 오너를 구속한 것은 동아제약이 리베이트에 들어가는 비용을 임원 회의와 이사회 승인을 거쳐 집행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즉 오너가 직접 리베이트를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총수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대해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향후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제약 영업 현장에서 빚어진 리베이트 지급에 최고경영자가 직접 개입했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 동아제약 주변에서는 올해 1월 강정석 회장 체제가 출범하는 과정에서 퇴직한 임원들과 갈등을 빚은 것이 이번 사건의 기폭제가 됐다는 이야기도 나돈다.

◇외국 제약사와 약품 상담 중단

동아제약그룹은 3개월 동안 임직원 120여명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신제품 마케팅 등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사실상 올스톱됐다. 여기에 강 회장 구속으로 경영 공백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위기에 빠졌다. 동아쏘시오홀딩스 한 관계자는 "매출을 계속 늘리려면 외국에서 좋은 신약을 들여와야 하는데 검찰 수사 이후 모든 상담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이미 매출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동아제약그룹의 전문의약품 계열사인 동아에스티는 상반기에 1년 전보다 11.32% 줄어든 265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87억원으로 작년보다 무려 56.28%나 급감했다. 제약업계 상위 5개사 중 매출이 떨어진 곳은 한미약품과 동아에스티뿐이다. 한미는 기술 수출 해지 여파로 매출이 줄었을 뿐 영업이익은 작년 상반기보다 82.41%나 성장했다.

신규 사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일본 메이지세이카파마와 인천 송도에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 전문 회사인 디엠바이오를 설립했지만 제품 생산은 일정보다 크게 늦춰지고 있다. 동야쏘시오홀딩스 관계자는 "해외 업체 관계자들을 만나면 제품 생산 협의보다는 최근 상황에 대해 해명을 하느라 진땀을 흘린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전반으로 위기 확산 우려

제약업계에서는 동아제약발(發) 위기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해에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진이 무기명으로 리베이트 우려가 있는 회사를 적어내 회장단이 경고까지 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리베이트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법 당국은 전반적으로 수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다 현장 책임자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하던 과거와 달리 회사의 최고경영진에도 책임을 묻는 분위기다.

실제로 동아제약을 수사한 부산지검은 올 초 LG화학 생명과학본부(옛 LG생명과학)와 중견 제약사 휴온스를 압수 수색하기도 했다. 약품의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는 과정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에게 로비를 시도했다는 제보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는 "동아제약 사태는 국내 제약산업이 가격 경쟁에서 품질 경쟁으로 넘어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도 "예전과 같이 영업에 안주하는 회사들에서는 리베이트 사건이 계속 터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