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 '맨홀'도 이달 첫 방송… 비슷한 설정 반복되니 식상 올해 나온 유사한 드라마들, 대부분 시청률 하락에 고전
tvN ‘명불허전’에서 조선 시대 옷차림 그대로 현재의 서울로 이동해 응급실을 둘러보는 허임. /tvN
지난 12일 방송을 시작한 tvN 의학 드라마 '명불허전'에서 주인공인 조선 최고 의원 허임(김남길)은 임금에게 침을 놓다 실수해 죄인이 된다. 군사들에게 쫓기다 정신을 잃은 그가 깨어난 곳은 2017년 서울의 청계천. 번쩍이는 밤거리부터 구급차, 에어컨까지 그의 눈에는 "경천동지할 광경"이다.
9일 처음 방송된 KBS2 '맨홀―이상한 나라의 필'의 주인공도 시간 여행자다. 봉필(김재중)은 짝사랑하던 수진(유이)의 결혼식이 다가오자 이를 막기 위해 학창 시절로 돌아간다. 신비스러운 빛을 내뿜는 맨홀이 과거와 현재를 잇는 터널로 등장한다.
시간이 일정하게 흐른다는 상식을 뒤집은 '타임 슬립'(시간 이동) 드라마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주인공들이 시간을 거스르거나, 서로 다른 시간대를 나란히 연결시켜 극적 효과를 높인 작품들이다. 그러나 비슷한 설정이 반복되다 보니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직 방영 초반이긴 하지만 명불허전은 시청률 4%, 맨홀은 2.8%(닐슨미디어 기준)에 머물고 있다. 명불허전처럼 의사들이 시공을 뛰어넘는 드라마로 2012년 '닥터진'(MBC)과 '신의'(SBS)가 방영된 적이 있다. '맨홀' 역시 비슷한 설정의 일본 드라마 '프러포즈 대작전'이 있었고, TV조선이 2012년 이미 리메이크해 기시감이 든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KBS ‘맨홀’에서 고교 시절로 돌아가 교복 입은 친구들의 모습에 놀라는 봉필. /KBS
올 들어 방영된 다른 드라마들도 대부분 흥행에서 고전했다. '최고의 한방'(KBS)이 최고 시청률 5.5%에 그쳤고 '시카고 타자기'·'내일 그대와'(tvN)는 4%를 넘지 못했다. '사임당 빛의 일기'(SBS)는 초반 16%를 넘었던 시청률이 점점 떨어져 절반 수준으로 종영했다.
시간 이동을 활용하면 사극과 현대극, 스릴러와 로맨스를 결합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 드라마 평론가 공희정씨는 "원래 말이 안 되는 이야기도 일단 타임 슬립을 전제로 해놓으면 가능한 이야기가 된다"며 "제작진 입장에선 손쉽게 개연성과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매혹적 장치"라고 했다. 판타지 문학의 고전 '타임머신'이 19세기에 나왔을 만큼 시간 이동은 인간의 호기심을 계속해서 자극해온 소재이기도 하다.
관건은 어떻게 차별화하느냐다. 실제로 최근 히트한 타임 슬립 드라마들은 '플러스 알파'가 성공 요인으로 꼽혔다. '도깨비'(tvN)는 죽음의 비극을 로맨스에 더한 스토리를 내세워 케이블 드라마 최초로 시청률 20%를 돌파했다. 수사물 '터널'(OCN)은 군더더기 없는 전개와 주·조연 배우들의 고른 연기력으로 호평받으며 OCN 최고 시청률(6.3%)을 기록했다.
한국 드라마들이 이런 설정을 반쪽짜리로만 활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화여대 국문과 김미현 교수는 "외국에서는 미래를 상상하는 SF적 장치로도 타임 슬립을 적극 활용하는 반면, 한국 드라마는 옛날로 돌아가는 과거 지향적 방식만 되풀이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