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 폭발 사고… 유증기 작업환경 문제없었나

20일 오전 11시 37분쯤 경남 창원시 진해구 원포동 STX조선해양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협력 업체 근로자 4명이 숨졌다. 건조 중이던 석유화학제품 운반선에서 도장 작업을 하던 근로자 임모(53), 김모(52), 엄모(45), 박모(33)씨 등이었다. 이들은 모두 STX조선해양의 협력 업체인 금산기업 소속이다.

폭발 사고는 좁고 밀폐된 잔유 보관용 탱크(RO 탱크)에서 발생했다. 사고를 당한 4명은 이날 오전 8시쯤부터 지하 3층(깊이 12m)에 있는 RO 탱크(가로 7.3m, 세로 3.7m, 높이 10.5m) 내부에서 특수도장 작업을 하고 있었다. 바닥 면적은 27㎡로, 1명당 작업 공간이 2평 남짓이었다. 갑판에서 탱크로 내려가는 입구는 지름 1m가량이었다. 성인 한 명이 간신히 오르내릴 수 있는 전형적인 밀폐 구조다. 사고 현장에서 1.5㎞ 떨어진 횟집에서 굉음을 듣고 사고를 신고한 김모(59)씨는 "엄청난 무게의 철판이 땅바닥에 부딪히는 것 같은 굉음이 들려 조선소 사고로 생각하고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숨진 근로자들은 탱크 안에서 모두 발견됐다. 사고 당시 충격을 보여주듯 옷 등이 불에 탄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수사를 담당하는 창원해경은 "폐쇄된 공간에서 순식간에 폭발이 발생해 피할 틈도 없이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은 "운반선 탱크 주변이 폭발 사고 여파로 나온 연기 때문에 검게 그을려 있었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은 아직 명확지 않다. 창원해경은 도장 작업 중 발생한 유증기(油烝氣)가 폭발 원인일 수 있다고 보고 조사하고 있다. 사실상 환기가 잘되지 않는 공간에서 작업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안전 매뉴얼이 지켜졌는지도 해경이 조사해야 할 부분이다. 조선소 관계자는 "밀폐 구역에서는 유증기가 발생한다"며 "폭발 위험 등을 막기 위해서는 환기 시스템도 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STX조선해양 측은 "정상적으로 작업 허가를 내줬고 (사고를 막으려고) 불꽃이 튈 수 있는 작업은 허가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해경 관계자는 "작업 허가 과정과 작업 규정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여부를 모두 조사하고 있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화재와 관련한 정밀 감식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선박은 7만4000t급 석유화학제품 운반선으로 길이 228m, 폭 32m, 깊이 20.9m 규모다. 그리스 선박 회사에서 발주해 오는 10월쯤 인도될 예정이었다. 공정률 90%로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현장에는 사망한 근로자들 외에 근로자 4명이 더 있었지만 폭발 발생 당시에 탱크에는 들어가지 않은 상태여서 화를 면했다.

이번 사고는 정부가 하도급업체 근로자 산재 사망 사고 시 원청업체도 같은 수준으로 처벌하겠다고 발표한 지 사흘 만에 발생했다. 정부는 지난 17일 내년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중대 산업재해 예방 대책'을 의결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산업재해 사망 사고 때 안전조치 미이행이 드러날 경우 원청업체도 하도급업체와 똑같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사고 현장으로 찾아가 사고원인에 대한 특별감독과 관련자 처벌을 하겠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STX조선해양 전체 사업장에 대해 전면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릴 것"이라며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심의위원회를 꾸려 안전 보장 대책이 마련됐는지 등을 따져 작업 재개 허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근로감독관 판단에 따라 작업 중지 명령을 해제했는데, 이번 사고부터는 그 절차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