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 루키'인줄 알았더니 수퍼 스타였다

20일 경기도 양평 더스타휴 골프장(파71·6541야드)에서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보그너 MBN 여자오픈 3라운드.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11번홀(파4·299야드)에서 최혜진(18·학산여고 3년)은 대형 유망주 수준을 넘어서 이미 수퍼스타라는 것을 입증했다. 이틀간 404야드로 세팅을 해놓았던 11번홀(파4)은 이날 299야드로 짧아졌다. 심한 내리막이어서 여자골프 장타자도 원온이 가능한 거리였다. 티샷으로 한 번에 공을 올릴 수 있는 '드라이버블(drivable) 파4홀'로 만들어 경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려는 주최 측 의도였다. 최혜진은 이걸 놓치지 않았다.

이날 팬들은 앳된 얼굴의 여고생 골퍼 최혜진이 거침없는 드라이버 샷을 날릴 때마다 "굿샷!"을 외쳤는데 11번홀에선 엄청난 탄성으로 바뀌었다. 그는 드라이버로 원온에 성공한 뒤 7m 이글 퍼팅을 집어넣으며 바짝 추격하던 김소이를 2타 차로 따돌렸다. 어니 엘스는 "전성기 시절 타이거 우즈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가장 필요한 샷을 날리는' 드라마틱한 플레이어였다는 점에서 다른 선수와 달랐다"고 했었다.

이날 경기는 폭우로 예정보다 3시간 50분 늦은 오후 12시 30분부터 18개 홀에서 선수들이 동시에 출발하는 샷건 방식으로 치러졌다.

3라운드를 공동 선두에 1타 뒤진 3위로 출발한 최혜진은 이글 1개와 버디 4개로 6타를 줄이며 합계 14언더파 199타로 2위 박지영(21)을 2타 차이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최혜진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또 하나의 기록을 세웠다. 지난 7월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오픈에서 우승해 2012년의 김효주 이후 5년 만에 아마추어 자격으로 국내 프로 대회를 우승한 데 이어, 1999년 임선욱(2승)에 이어 아마추어 자격으로 프로 대회에서 한 시즌 2승 이상을 거둔 기록을 남기게 됐다. 1995년 박세리가 아마추어로 KLPGA 투어에서 4승을 거두었던 게 최고 기록이다.

이날 경기는 최혜진과 동반 플레이를 펼친 박지영과 김소이가 나란히 버디 행진을 벌여 마지막까지 박진감 넘쳤다. 최혜진이 11번홀까지 6타를 줄이며 2타 차 선두로 나섰지만 김소이는 14·16번홀에서 다시 타수를 줄여 공동 선두가 됐다. 하지만 김소이는 17번홀(파4)에서 뒤땅을 치며 트리플보기로 무너져 3위(11언더파)로 내려앉았다. 미 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이미향이 공동 24위(3언더파), 김세영은 공동 32위(2언더파)였다.

SBS 김재열 해설위원은 "최혜진은 공격적인 드라이버 샷부터 정교한 아이언 샷까지 이미 최정상급 기량을 갖췄다"며 "추격당하는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멘털과 경기 운영 능력도 예상을 뛰어넘는다"고 평했다.

지난달 US 여자오픈에서 준우승하며 세계 여자골프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그는 이번 대회에서 아마추어 고별전을 치렀다. 최혜진이 아마추어 신분이었기 때문에 우승 상금 1억원은 2위 박지영에게 돌아갔다. 최혜진이 올해 프로 대회에서 받을 수 있었던 상금만 US 여자오픈 준우승 상금 6억원을 포함해 9억5000만원이 넘는다.

최혜진은 31일 개막하는 KLPGA 투어 한화금융클래식을 통해 프로 데뷔전을 치른다. 최혜진은 "마지막 아마추어 대회니까 재미있게 치고 싶었는데 우승까지 했다"며 "프로가 돼서도 똑같이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