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35만개 훈제·빵으로 유통… 급식엔 안들어가

'살충제 계란'을 생산한 49곳 농장에서 나온 계란이 어디로 유통됐는지 추적 조사한 결과, 약 35만개는 빵·훈제계란 등으로 가공돼 이미 유통된 것으로 확인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농림축산식품부는 "'살충제 계란' 농장에서 생산돼 유통 단계에 있던 계란 451만1929개를 압류·폐기토록 조치했다"고 21일 밝혔다.

◇"대형 식품 제조업체엔 납품 안 돼"

약 451만개 계란은 수집·판매업체에서 대부분(418만3469개·92.7%) 압류됐다. 이 밖에 ▲마트·도소매업체(29만2129개·6.5%) ▲9개 제조가공업체(2만1060개·0.5%) ▲605개 음식점(1만5271개·0.3%) 등에서도 압류 조치됐다. 특히 9개 제조업체에 유통된 계란 중 3곳(34만8000개)으로 간 계란은 빵이나 훈제계란 등으로 제조돼 주로 뷔페식당이나 마트·소매점 등을 통해 판매된 것이 확인됐다고 식약처는 밝혔다.

부산시 사하구 소재 '유일식품'은 '모닝빵' 등 32개 제품 935㎏을 만들어 이 중 731.5㎏을 이미 판매했고, 충북 옥천 '행복담기주식회사'는 '동의훈제란' 28만8860개를 만들어 26만7800개를 팔았다. 남은 제품은 압류됐다. 경기 성남 소재 주식회사 '아침'은 '아침란' 2만8030개를 제조해 전량 판매했다. 식약처는 다만, "부적합 계란이 학교 급식소나 대형 식품 제조업체로는 납품되지 않았다"면서 "유통된 계란을 일부 먹었다고 해도 건강상 위해를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고 밝혔다.

전국 도계장(총 62개) 중 산란계 노계를 도축하는 11곳에 대한 조사 결과, 한 농가에서 나온 산란 노계가 도축된 사실도 확인됐다. 그러나 식품 당국이 도축된 노계 10건을 수거·검사해보니 살충제 성분은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농식품부는 "추가 보완 검사를 한 420곳 산란계 농장 중 세 곳에서 추가로 살충제 성분 계란이 나왔다"면서 "살충제가 든 계란을 생산한 농장이 49곳에서 52곳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추가된 세 곳 농장과 판매업체 등에 대해서도 정부는 압류·폐기 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식품 당국은 '살충제 계란' 생산 정보가 잘못 알려진 농장 7곳의 난각(계란 껍데기)코드 정보도 이날 수정해 발표했다.

◇"1~2세가 하루 24개 먹어도 안전"

식약처는 이날 위해성 분석 결과, "한두 살 영아가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에 최대치로 오염된 계란을 하루에 24개까지 먹어도 급성 독성이 나타나지 않고, 성인은 한꺼번에 126.9개까지 먹어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권훈정 한국독성학회장은 "몸무게 60㎏ 성인의 경우 '피프로닐'이 든 계란을 매일 2.6개씩 (평생 동안) 먹어도 위험한 수준은 아니다. 영아도 평생 하루 2개씩 섭취해도 안전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DDT 성분이 기준치(0.1㎎/㎏) 이하로 포함된 계란이 시중에 유통된 사실도 새로 밝혀졌다. DDT 성분이 0.047㎎/㎏까지 검출된 이 계란은 재래종 닭을 풀어 키우는 농장에서 생산돼 친환경 먹거리를 취급하는 한살림 생협에서 팔렸다. DDT는 30여년 전에 사용 중단됐지만 일부가 여전히 토양에 남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권호장 단국대 의대 교수는 "DDT는 이미 조금씩은 몸 안에 남아 있다"면서 "기준치 이하로 검출된 계란이 건강에 큰 위험을 일으키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