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솔하임컵 주인공은 '캡틴 아메리카'

2년마다 열리는 미국과 유럽의 여자골프 대항전인 솔하임컵은 2000년대 이후 '2류 대회'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세계 상위권을 휩쓰는 한국과 아시아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솔하임컵에도 미국과 유럽의 출전 선수 24명 가운데 세계 랭킹 10위 이내는 미국의 렉시 톰프슨(2위) 한 명뿐이었다. 유럽에선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스웨덴)가 13위로 가장 높았다. 미국과 유럽 팬들 사이에선 "한국과 아시아 선수들을 포함하는 새로운 대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래도 21일 미국 아이오와주 웨스트 디 모인 골프장에서 사흘간의 열전을 끝낸 이번 대회에는 모두 12만장의 티켓이 팔려 역대 최대 흥행 기록을 세웠다. 내셔널리즘이 바탕에 깔리기 때문에 여타 대회와 다르기도 하지만, '캡틴 아메리카' 줄리 잉크스터(57·사진)의 영향도 컸다는 분석이다.

미국팀 단장을 맡은 잉크스터는 메이저 대회 7승을 포함, 미국 LPGA 투어에서 31승을 거둔 명예의 전당 회원이자 여전히 현역인 선수다. 그는 열정적으로 선수들을 지휘하며 미국의 승리를 이끌었다. 미국 골프채널은 잉크스터를 '미국의 수퍼 히어로'라 불렀고, 골프다이제스트는 '캡틴 아메리카'라는 찬사를 보냈다. 미국은 대회 사흘째 싱글매치플레이에서 유럽과 6승6패를 기록, 최종 스코어 16.5점 대 11.5점으로 여유 있게 승리했다. 미국은 2015년 독일 원정에 이어 2연승을 거두며 종합전적 10승5패로 앞서게 됐다. 미국 대표 12명 중에는 대니엘 강과 미셸 위도 포함돼 있었다.

잉크스터는 미국이 유럽에 두 대회 연속 참패를 당하자 2015년 대회부터 캡틴을 맡아 2연승을 이끌어냈다. 이번 대회에서 미국 선수들은 평소 투어 대회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투혼을 보였다. 브리타니 린시컴은 "캡틴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해서 이겨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이끈다"고 했고, 크리스티 커는 "네 앞에 있는 동료, 네 뒤에 있는 동료를 위해 경기하라는 잉크스터의 말은 정말 울림이 컸다"고 했다.

선수로 솔하임컵에서 5승을 거뒀던 잉크스터는 "우리 시절엔 선수들이 더 많은 시간을 재미있게 지내며 경기도 열심히 했다"며 "그 경험을 되살리고 싶었을 뿐"이라고 했다. 잉크스터가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은 미국 여자 골프가 세계를 지배하던 "좋았던 시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