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과 탐사 보도는 세상에 거울 비추는 일"

오는 30일 밤 10시 첫 방송하는 TV조선 탐사 보도 프로그램 '세븐'은 연극배우가 진행한다. 극단 '연희단 거리패' 소속으로 '햄릿'과 '길 떠나는 가족'에서 각각 주인공 햄릿과 화가 이중섭 역을 맡았던 윤정섭(34)이다. 이 뜻밖의 만남에 대해 윤정섭은 이렇게 설명한다. "'연극이란 세상에 거울을 들이미는 것'이라는 '햄릿' 대사가 있어요. '세븐' 역시 시청자에게 거울을 들이밀어 올바른 방향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죠. 무척 비슷해요."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스릴러 영화 '세븐'(1995)에서 제목과 주제, 분위기를 따왔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폭식, 탐욕, 나태, 색욕, 교만, 시기, 분노 등 단테의 '신곡'에 등장하는 인간의 7대 죄악 관련 사건을 다루며 어두운 자화상을 폭로한다. 2008년 교황청이 발표한 환경 파괴, 마약 같은 '신(新) 7대 죄악'도 주요 소재가 된다. 만연한 부조리와 범죄, 비리 의혹에 대해 현장을 깊이 취재해, 누아르나 스릴러 영화처럼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로 진행한다.

메인 뉴스가 끝난 직후 60분 동안 하나의 주제가 방영된다. '세븐' 제작을 위해 보도본부 내 탐사보도부가 신설됐고, 기자와 PD, 작가 등이 대폭 보강됐다. 김홍진 CP는 "전문 인력의 심층 취재와 영화 같은 스토리텔링, 몰입감 높은 영상으로 다른 탐사 보도 프로그램과 차별화했다"며 "진심을 다해 소재에 접근하고 시청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참신한 진행자를 찾다가 배우 윤정섭을 영입했다"고 말했다.

2008년 데뷔한 윤정섭은 소년처럼 맑은 얼굴을 가리는 긴 곱슬머리와 수염이 상징 같은 배우다. 고뇌하는 예술인 역할을 여러 차례 맡았다. "다음 달 무대에 올릴 '억척 어멈과 그의 자식들'에선 군목 역할을 맡아 이런 외모가 어울려요. '세븐' 제작진도 긴 머리를 선호하시니 잘 맞아떨어졌죠." 그는 "MC 제안을 받았을 땐 카메라 앞에 서 본 경험이 없어 잘할 수 있을까 고민이 컸다"며 "프로그램에 담긴 의미와 의도가 좋아 도전해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첫회 주제는 '탐욕의 동물병원'. 유통기한 24년이 지난 약병과 녹슨 공업용 톱이 뒹구는 동물병원 수술실을 카메라에 담았다. 윤정섭은 "생명을 다루는 일에 정성을 다하지 않고 무심하게 처리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했다. 2회 이후 방송에선 탈북했다가 재입북한 임지현의 숨겨진 이야기도 준비돼 있다.

윤정섭은 "극단에선 주로 합숙을 하며 오직 연극에만 몰두하기 때문에 세상과 동떨어져 지내는 듯한 생활이 가끔 답답하기도 하다"며 "엄청난 양의 자료 수집과 집요한 취재,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제작진의 강한 의지에 굉장히 놀랐다"고 했다. 그는 "탐사 보도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세상과 인간을 넓게 알고 깊이 탐구할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 연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제작진과 같은 마음으로 준비하고 공부하고 진심을 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