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작가와 문학 데이트까지… 서울 도심 '작은 프랑스'

숭례문 인근의 한 건물 안에 있는 프랑스문화원 미디어도서관은 서울 안의 '작은 프랑스'다. 주한 프랑스대사관이 1968년에 설립해 운영하는 이곳은 한국에선 찾기 어려운 각종 프랑스 원서와 프랑스 영화 DVD 등 2만 점 이상의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 유명 최고 작가들을 초청해 문학 강연을 열고, 프랑스 유학 정보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자료 90%가 프랑스 원문

이 도서관엔 1003점에 달하는 프랑스어(語) 학습 자료를 포함한 1만4000여 권의 도서, 3700여 점의 영화·다큐멘터리 DVD, 2600여 점의 음악CD, 1700여 권의 만화 등 총 2만4500여 점의 자료가 갖춰져 있다. 프랑스 학자나 작가들이 쓴 한국 관련 서적과 한국 작품의 프랑스 번역본 등 한국 관련 도서도 300여 권 이상 비치됐다.

도서관 안에선 모든 자료를 무료 열람할 수 있다. 다만 자료를 대출해 가려면 회원이어야 한다. 연평균 1만여 명인 방문객 중 80% 정도는 한국인이다. 11년째 도서관 회원이라는 정진희(36·여)씨는 "다른 곳에서 보기 어려운 리스토아(L'Histoire·프랑스의 역사 전문 월간지) 같은 잡지를 보러 종종 온다"고 말했다. 한국녀(41) 정보센터장은 "한국 만화책 번역본의 경우 내용이 익숙하고 글이 어렵지 않아 불어를 익히려는 내국인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전자도서관 '컬쳐 테크(www.culturetheque.com )'에 접속하면 전 세계 160여 곳에 있는 프랑스문화원의 자료 17만여 점을 온라인으로 공유할 수 있다. 프랑스 도서·음악앨범·영상자료·웹게임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는 물론, 프랑스 대표 일간지 르 피가로와 리베라시옹을 비롯해 일간지·잡지 350여 종이 발행 당일 올라온다. 신문·잡지·소설은 PDF 파일로 다운로드 할 수 있다. 도서관 회원이 이용 권한을 갖고, 비회원은 3주간 무료 체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캠퍼스 프랑스'도 운영

프랑스도서관에선 매해 2~3차례 프랑스의 유명 작가를 초청해 한·불 동시통역으로 문학 강연을 연다. 지난해 11월엔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르노도상(Le Prix Renaudot) 수상자 델핀 드 비강, 지난 4월 20일에는 프랑스의 대표 추리소설가 미셸 뷔시가 강연을 했다. 오는 11월 중순쯤엔 지난해 공쿠르(Goncourt)상을 받은 소설가 레일라 슬리마니가 방문할 예정이다. 공쿠르상은 세계 3대 문학상이자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으로 꼽힌다. 초청 행사는 프랑스문화원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선착순)하면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도서관 측은 매주 화요일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프랑스어로 '독서클럽'을 진행한다. 13년째 이어진 이 클럽엔 불어 초보자부터 프랑스인까지 15~30명이 모여 책을 읽고 토론한다. 독서클럽 원년 멤버인 배대승(58) 인덕대학 건축학과 교수는 "프랑스 문화를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는 최고의 장소"라고 했다. 7월엔 기욤 뮈소 '브루클린의 여자'를 읽었고, 이달 들어선 영화 '최악의 이웃과 사랑에 빠지는 방법'을 보고 토론을 했다.

도서관 안에는 '캠퍼스 프랑스(Campus France)' 사무실도 있다. 프랑스 국립대학은 물론 최고 엘리트 교육기관인 그랑제콜(Grandes Écoles) 등 프랑스 고등교육기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학생비자 신청이나 입학 지원·등록 방법, 전공별 정보, 장학금까지 유학과 관련된 모든 정보가 모여 있다. 프랑스 학생비자 신청자는 대사관 영사과 면접을 하기 전에 이곳에서 '사전 영사심사 면접'을 거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