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썩이는 지구촌 집값, 어느새 2008년에 근접

전 세계 주택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급락했던 전 세계 주택 가격이 최근 저금리와 경기 회복 바람을 타고 급상승,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세계 주택 동향' 보고서에서 글로벌 주택 가격 지수가 '버블' 상태였던 2005~2008년과 비슷하다고 밝혔다.

◇미국 이어 호주·유럽·아시아까지…

2008년 금융 위기의 진앙이었던 미국 주택 시장은 최근 심상치 않은 오름세다. CNBC에 따르면 미국 집값은 올해 6월 기준으로 작년보다 6.7% 증가했다. 2011년 3월 바닥을 쳤을 때보다 50% 올랐다. 언론에선 '버블(거품)'이란 단어도 심심치않게 나온다. CNBC는 이달 초 덴버·휴스턴·마이애미·워싱턴 DC 등 4개 도시 주택 가격이 주민 소득 수준에 맞는 집값의 10%를 넘어섰다며, 이들 도시가 '버블'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다른 나라도 상황은 비슷하다. 호주의 경우 작년 7월~올해 6월 시드니와 멜버른 집값이 각각 12.2%, 13.7% 상승했다. 지난 6월 캐나다의 6개 대도시 단독주택 가격도 불과 한 달 새 2.7% 올랐다. 독일 대도시 아파트값은 지난 7년간 60% 올랐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아시아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 베이징(北京)의 집값은 1년간 10% 올랐다. 지난 7월 기준 한국 주택 가격도 2000년대 후반 전고점보다도 약 5% 상승했다.

◇"고강도 금융 규제는 아직"

각국 정부와 금융 당국도 대책을 내놓고 있다. 호주 은행은 최근 대출 금리를 올렸고, 시드니가 속한 뉴사우스웨일스주(州)는 지난 7월부터 외국인 주택 구매자에게 부과하는 특별 부과세 세율을 4%에서 8%로 올렸다. 이달 캐나다 중앙은행은 7년 만에 기준 금리를 0.50%에서 0.75%로 올렸다. 벤쿠버의 경우 투자자가 집을 사서 6개월 이상 비워놓으면 집값 1%에 해당하는 세금을 매기는 제도까지 최근 도입했다.

중국 베이징시는 지난 3월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대책을 내놓았다. 두 번째 주택을 구입할 경우 계약금 비율을 기존 50%에서 60%로 올렸다.

독일 메르켈 정부는 최근 주택 시장이 과열될 경우 금융 규제 당국이 시장에 바로 개입,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와 대출 상환 기간 등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네덜란드도 작년부터 103%였던 LTV 한도를 매년 1%씩 낮추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대출을 급격하게 조였다가 장기 침체를 겪은 일본 사례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가 아직까지 고강도 금융 규제 도입까지는 고려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가격 조정 예상에도 "버블로 보긴 어렵다"

향후 전망은 엇갈린다. 지난 15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미국인 1079명을 상대로 조사를 한 결과, 58%가 "2년 안에 주택 가격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또 83%는 '지금이 집 팔 적기'라고 답했다. 포브스는 "지난 50년간 주택 가격 사이클을 보면 7~10년마다 반복된다"며 "고점(高點)에 다다를 시기가 다 됐다"고 전했다. 반면 "이번 주택 가격 상승에는 일자리 증가 및 경제 회복도 영향을 줬기 때문에 이전과는 다르다"는 반론도 있다고 포브스는 소개했다. 블룸버그는 독일 주택 시장에 대해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안정적이고 주택 건설 실적도 상당해 '버블'로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뉴욕의 경우 아직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집값을 회복하지 못하는 등 도시마다 가격 상승 편차가 크다"며 " 실수요가 뒷받침하고 있어 이전과는 시장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방심해서도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2008년 금융 위기를 예언했던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주택 시장은 대중들의 소문만으로 가격이 오르내리는 '사회적 현상'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한순간에 이유 없이 극단적으로 뒤집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