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코지 대통령은 왜 살인사건에 개입했나

레티시아: 인간의 종말

이반 자블론카 지음｜김윤진 옮김｜알마｜516쪽｜1만7500원

2011년 1월 19일 새벽 프랑스 서부 소도시, 18세 여성 레티시아 페레가 실종됐다. 살인범은 이틀 만에 체포됐지만, 시신이 발견되는 데는 석 달이 걸렸다. 그 사이 미디어는 레티시아를 '괴물 손아귀에 떨어진 천사'이자 '미치광이에게 살해된 순결한 소녀'(129쪽)로 포장했다. 전국의 이목이 쏠렸고, 사르코지 대통령이 개입하며 행정부와 사법부의 대결로 번졌다.

유영철 사건 등에서 봐왔듯, 떠들썩한 살인 사건에서 범인은 일종의 '스타'가 되지만 희생자는 잊힌다. 파리 13대학 교수이며 역사학자인 저자는 이 책의 목표가 "그녀의 모습과 존엄성과 자유를 그녀에게 되돌려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심층 취재로 확보한 팩트의 힘이 어떤 서사보다 강력함을 증명하는 논픽션. 작년 프랑스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