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를 손으로 고치는 철학 박사의 쾌감

손으로, 생각하기

크로포드 지음｜윤영호 옮김｜사이｜288쪽｜1만4500원

명문대에서 박사 학위(정치철학)를 받고, 워싱턴 한 싱크탱크에서 고상하게 살던 이 남자. 문득 자신이 '넥타이를 맨 노예'가 된 것을 느끼고 덜컥 사표를 낸다. 그가 택한 두 번째 직업은 모터사이클 정비사. 쇠락한 기찻길 옆 낡은 창고에 정비소를 내고, 손과 몸을 움직여 기계를 수리하던 그는 땀 냄새 흥건한 노동이 지적 흥미와 정신적 보람을 불러일으키는 걸 깨닫고 자문한다. "우리는 어쩌다 손도 몸도 맘껏 쓰지 못하게 됐을까?"

손수 집 짓고 가구 만들고 텃밭 일굴 때를 떠올려보라. 손가락을 놀리는 동시에 머리로도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거기에 쾌감이 있다. 21세기 현대인이 활기를 잃고 무기력해진 데에는 디지털 기기의 발달로 손대지 않아도 물이 쭉 나오는 적외선 수도꼭지처럼 세상과 맞닿는 접촉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