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委, 신고리 原電 현장 발들이는데만 30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28일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현장을 찾았다. 김지형 위원장 등 위원 6명, 지원단 7명 등 13명은 이날 오전 KTX 울산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오전 11시 12분쯤 새울원자력본부 정문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 등 일행이 탄 버스가 새울본부 정문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공사 중단 반대 범울주군민대책위원회' 소속 주민 70~80명이 "5·6호기 예정대로 건설하라" "법적 근거 없는 공론화위는 즉각 돌아가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막았다.

주민들은 공론화위원들이 도착하기 전부터 '아무런 대안이나 법적 근거 없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은 독재' '원전의 앞날은 과학자들에게 묻고 또 물어서 결정할 일' 등의 내용이 적힌 현수막을 걸고 새울본부로 진입하는 2개 차로를 점거했다. 김 위원장이 버스에서 내려 주민 대표를 만나 설득에 나섰으나 주민들은 "주민 요구가 담긴 질의서를 공론화위에 보냈는데 그동안 한마디 대답도 없었다. 정부를 믿을 수 없다"며 반발했다.

경찰이 중재에 나섰지만 마찰은 30분 이상 계속됐다. 공론화위 위원 등은 버스에서 내려 걸어서 새울본부 정문을 통과, 한수원 측에서 준비한 승합차로 본관 건물로 갔다. 본부 안에서도 한국수력원자력 노조가 김 위원장 일행을 만나 공사 중단 결정 등에 대해 항의했다.

공론화위는 새울본부 본관 2층 대회의실에서 20여분간 김형섭 새울본부장으로부터 한수원 현황과 신형 원전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김 본부장은 "원전 사고를 우려하는 분들이 많은데, 현재 건설하는 원전은 그 구조부터가 차원이 다른 것"이라며 안전성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 공론화위가 구성할 약 500명의 시민참여단이 올바로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지식과 정보를 잘 전해달라"고 말했다.

이후 공론화위는 본관에서 2㎞가량 떨어진 신고리 5·6호기 공사장으로 가서 건설소장 브리핑을 받은 뒤 현장을 둘러봤다. 전체 공정의 29.5%가 진행된 신고리 5·6호기는 현재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위원들은 현재 가동 중인 신고리 3호기를 비공개로 방문, 터빈 건물 등 주요 설비를 살펴봤다. 신고리 3호기는 연간 104억㎾h의 전력을 생산해 대구 소비 전력 중 70%, 서울 소비 전력 중 23%, 부산·울산·경남 소비 전력 중 12%가량을 공급하고 있다.

공론화위는 이날 원전 건설 중단을 반대·찬성하는 주민과 단체 등을 오후 2시와 오후 4시에 각각 만나 의견을 들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건설 중단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공론화위가 '여론 수렴'의 구실로 삼으려고 제안한 요식적 간담회엔 응할 수 없다"며 반발해 만남이 무산됐다. 공론화위는 오후 4시 30분쯤 KTX 울산역 회의실에서 건설 중단을 찬성하는 탈핵·반핵 단체와 주민 등을 만났다. 이들은 "신고리 5·6호기는 지진 안전성 평가와 다수 호기(여러 원전을 한곳에 밀집해 짓는 것) 안전성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