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지도 않은 애를… 스튜어디스는 왜 8년간 속였나

김새롬(7)양은 올해 서울 강남구의 한 초등학교에 입학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김양은 올 초 열린 신입생 예비 소집에 나타나지 않았다. 입학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김양이 걱정된 학교 측은 어머니 류모(41)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 두절이었다. 학교 측은 교육 당국에 이 사실을 알렸고,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월 경찰에 김양의 소재 파악을 의뢰했다. 그러나 경찰은 병원이나 약국 이용 기록 등 김양의 소재를 파악할 만한 자료를 전혀 찾을 수 없었다. 김양은 류씨가 출생증명서를 위조해 가짜로 출생신고를 한 '가공 인물'이었기 때문이다.<본지 4월 5일자 A11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28일 오전 10시 50분쯤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에 숨어 지내던 류씨를 사기 및 사문서 위조 혐의 등으로 체포했다. 수사에 착수한 지 약 6개월 만이다. 류씨는 이날 경찰 조사에서 "아이를 갖고 싶었으나 인공 수정에 실패했다. 입양할 마음으로 우선 출생신고를 했다"며 "이후 입양 절차를 알아봤지만 복잡해 포기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류씨의 진술이 신빙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국내 유명 항공사 승무원이었던 류씨는 지난 2009년 7월 임신한 것처럼 위조한 병원 진단서를 회사에 제출해 출산휴가를 받았다. 이듬해 3월에는 강남구청에 출생신고서를 낸 뒤 육아휴직을 했다. 출생신고서 역시 2007년 사망한 강남 모 산부인과 의사의 명의를 도용해 만든 가짜였다.

2년 뒤에도 류씨의 '출산 조작극'은 그대로 반복됐다. 2012년 1월 같은 수법으로 '둘째 딸을 임신했다'며 출산휴가를 받았고, 그해 말 직접 만든 허위 출생증명서로 둘째 출생신고를 한 뒤 또 육아휴직을 했다. 류씨가 4년간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반복하면서 받아챙긴 수당은 회사로부터 받은 출산·육아휴직 급여 1800여만원,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은 출산·육아휴직 지원금 2000여만원, 정부에서 받은 양육 지원금 1000여만원 등 총 4800여만원에 달한다. 류씨의 동료들은 "류씨가 그동안 아이 사진을 보여준 적이 없고, 돌잔치 등을 열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했다.

류씨는 지난해 11월 '셋째를 가졌다'며 회사에 세 번째 출산 휴가계를 냈다. 이번에도 회사는 출산휴가를 허가했다. 이후 올해 2월 류씨는 돌연 남편 김모(47)씨와 이혼한 뒤 행방을 감췄다. 허위로 출생신고한 첫째가 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자 당국에 들통날 것을 우려한 것이다. 경찰은 양육수당 중 일부가 전 남편의 계좌로 입금된 점 등으로 미뤄보아 김씨가 공범일 확률이 크다고 보고 지난 5월 김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아내가 낳은 자식이 없으며, 나는 아내가 허위로 출생신고를 하고 휴직한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이혼하기 오래전부터 부부가 별거해 류씨의 행방을 모른다고 했다.

경찰 조사 결과 류씨는 이혼 전부터 내연남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내연남의 진술과 류씨가 다녔다는 산부인과 기록을 토대로 이번엔 류씨가 임신한 것이 맞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류씨는 경찰 추적이 시작된 후에는 다니던 산부인과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주민등록상 주소지에도 나타나지 않았고,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나 신용카드도 사용하지 않았다.

류씨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던 경찰은 지난 5월 류씨를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전담팀은 송치 후에도 류씨 주변 인물 등을 탐문하며 추적을 계속했다. 그러다 류씨가 최근 인천에 있는 친정어머니의 아파트에서 6월 말 출산한 아들과 셋이 살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 체포에 성공했다. 류씨는 "체포되는 것이 두려워 병원에 가지 못했다"며 "아이는 경남에 있는 친척 집에서 낳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