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만년의 역사 동안 대한민국은 주변 강대국으로부터 많은 침략을 받아왔다. 특히 일본 강점기의 침략은 아직도 그 시절의 한(恨)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2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아리랑은 일제식민지 시절, 백성의 삶과 사랑, 그리고 투쟁의 이야기를 담았다.
더욱 탄탄해져 돌아오다
2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아리랑은 42명의 초연 배우 중 31명이 다시 뭉쳤다. 거기에 재연을 통해 다듬어진 스토리와 무대, 조명, 연출, 음악 등 모든 면에서 한층 더 성장했다.
초연 당시 LED 스크린을 활용해 다양한 무대를 표현했지만, 필요 이상으로 화려한 LED 스크린 때문에 배우들에게 집중하지 못하게 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더욱 서정적인 표현이 가능한 프로젝터와 리어 스크린, 홀로그래픽 스크린을 사용해서 다양한 무대를 연출했다.
특히 2부 감골대과 수국이 '어미와 딸'의 무대 장면에서 그 효과가 드러났다. 무대 앞으로 투명 프로젝터가 내려왔고 무대 안에서는 감골댁과 수국이 등장했다. 투명 프로젝트에 빛이 쏟아지자 무대는 눈이 내리는 배경으로 바뀐다. 무대 전체에 눈이 흩날리고 감골댁와 수국이 함께 어미와 딸을 노래하는 장면은 무대와 배우의 호흡 그리고 음악이 조화를 이루어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아쉬움에 더 듣고 싶은 아리랑
뮤지컬 아리랑에서 '아리랑'은 총 세 번 울려 퍼진다. 1막에서 진도 아리랑, 2막에서 신 아리랑과 풀꽃 아리랑이 그것이다.
1막의 진도 아리랑은 일제의 압박 때문에 고향을 버리고 만주로 떠나야 하는 상황에 놓인 의병들이 노래한다. 고향을 버리고 떠나야 하는 비통한 심정이지만 의병들은 마치 좋은 일이 있는 것처럼 신명나게 진도 아리랑을 불러 젖힌다. 오케스트라의 반주도 없이 목소리만으로 감동을 이끌어 내는 이 무대는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것 같다. 목소리와 목소리 사이 여백이 가득하지만, 그 여백마저도 진도 아리랑의 일부분인 것처럼 느껴진다.
2막의 신 아리랑은 만주에서 일제의 시선을 피해서 몰래 부른다. 숨죽여 몰래 부르는 신 아리랑은 아리랑을 듣고 싶은 관객들에게 아쉬움을 선사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대에서 울려 퍼지는 풀꽃 아리랑은 '얼씨구'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신명나는 무대를 보여준다. 세 번이나 무대 위에서 아리랑이 울려 퍼지지만 더 듣고 싶은 마음에 이내 아쉬워지는 아리랑이다.
뮤지컬 아리랑은 9월 3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