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책, 한국서 인기 많은 이유 알려고 왔어요"

베스트셀러 동화 '책 먹는 여우'를 쓴 독일 작가 프란치스카 비어만(47)이 5주에 걸친 한국 일주 여행을 마쳤다. 강원도 홍천을 시작으로 시계 방향으로 전국을 돌고 지난 25일 서울에 도착했다.

"평창에선 올림픽을 위해 만들어지고 있는 스키장을 미리 보고 안동에선 한옥 스테이를 하며 된장 만들기 체험도 했어요. 풍기에서 인삼 구경도 실컷 하고 담양과 목포를 거쳐 제주도까지 들렀다 왔죠." 음악가인 남편과 열여섯 살 딸, 열 살 아들과 함께 렌터카를 빌려 무작정 떠난 길이었다. 한 도시에 며칠씩 묵기도 하고 지나가다 사람이 붐비는 식당에 그냥 들어가 보는 즉흥 여행이었다.

지난달 신작 '잭키 마론과 악당 황금손'을 한국에서 먼저 출간하면서 입국한 그는 "내 책이 독일보다 한국에서 더 인기가 많은 이유를 찾아보고 싶다"며 한국 일주 여행을 계획했다. 대표작 '책 먹는 여우'는 2001년 번역 출간돼 200쇄를 찍으며 80만 부 넘게 팔렸다.

한국어를 모르니 당연히 좌충우돌이었다. "한번은 길을 잃어서 주유소에 찾아갔어요. 말이 통하지 않으니까 제가 운전석에서 내리고 주유소 주인 분이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찍어주신다고 차에 타셨죠. 잘 안 되니까 다음번엔 제 남편이 내리고 주인 아들 분이 타셨어요. 나중엔 우리 가족 모두가 내리고 주인과 아들, 주유소에서 키우는 개 두 마리가 타 있는 시트콤 같은 상황이 벌어졌죠." 비어만은 "한국인의 친절에 감탄했다"면서 "영어 메뉴가 없는 식당에 가면 손님 모두가 몰려와 우리의 메뉴 선택을 도와줬다"고 했다.

그의 그림책이 한국에서 잘 팔리는 이유를 찾았을까. 그는 "한국인은 일상에서도 유머를 즐기고 과감한 유머도 부드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면서 "내 책 역시 유머러스한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다루기 때문에 잘 통한 게 아닐까"라고 했다. "한국의 전래 동화에선 호랑이도 말을 하고 감정이 있는 동물로 나오더라고요. 한국에 와서 매일 쓰고 있는 카카오톡의 캐릭터나 이모티콘도 굉장히 유머러스해요. 마치 모든 사물이 감정을 느끼고 말을 할 수 있는 것 같잖아요."

'책 먹는 여우'에는 책에 소금과 후추를 뿌려 통째로 먹는 여우가 등장한다. 여우는 서점에서 책을 훔쳐 먹다가 감옥에 들어가고 결국 직접 책을 쓰기로 결심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 비어만은 "아이들만을 위한 책이 아니라 가족을 위한 이야기를 쓴다고 생각한다"면서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는 이야기를 쓰기 위해 작품 구상 과정에서 딸과 아들에게 조언을 구한다"고 했다. 그는 "책과 여행은 부모와 아이가 긴밀한 대화를 나눌 기회"라고 했다.

그의 가족은 4년 전부터 즉흥여행을 시작했다. "계획 없이 떠나면 가족끼리 의존하게 되고 서로 신뢰를 쌓게 되더라고요. 캠핑을 할까 호텔에서 잘까, 샤워하고 잘까 하지 말고 그냥 잘까 끊임없이 대화를 나눠야 해요." 그는 부모들에게 "여행 중에 갑자기 맞닥뜨린 상황에서 실수하거나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도 좋다"고 조언했다. "한국 여행 중에 음주단속을 하는 경찰을 만난 적이 있어요. 갑자기 경찰이 다가오니까 유리창 내리는 법도 생각이 안 나 허둥댔죠. 완벽하지 않아도 문제를 아이와 함께 풀어가려는 모습이 더 아름다운 것이라 생각해요."